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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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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생강나무, 제비꽃, 산수유, 매화, 할미꽃....

봄볕에 마르고 튼 살을 녹여 꽃을 피워낸다.

가슴에 담아야만 또 한 해를 메워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지라 산으로 봄 마중을 나선 길.

구름이 깊지는 않은데 오늘따라 근심이 많다.

나도 그를 따라 갖은 근심들을 풀어내며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다.

계곡엔 봄 물이 과하지 않게 졸졸 흐르고 풍경화를 그리듯 산수유가 걸쳐있어 한껏 운치를 돋운다.

양지 녁에 소담스럽게 핀 제비꽃과 현호색의 보랏빛이 정겹다.

 

정상 부근에 이르자 바람이 차가워 손이 시리고 거친 호흡 속에 진눈깨비가 섞여있다.

이러다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을 조율하며 정상에 이를 즈음, 때 아닌 상고대를 만났다.

지난겨울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꽃 피는 춘삼월에 상고대를 만나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이렇게 반가울 수가.

깊은 포옹으로 회포를 풀고 목젖이 꺾이도록 막걸리 한 잔 기울여야겠다.

 

서둘러 하산하는 길 따라 노란 생강나무, 분홍빛 진달래가 길동무를 청한다.

때아닌 한기를 만나 축축해진 가슴을 정겨운 친구들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산을 오를 때마다 힘들지만 산을 내려올 때는 언제나 숙제를 끝낸 기분으로 한결 가볍다.

나는 매번 산에 오르는 숙제를 만들고, 그 산을 내려오면서 숙제를 푼다.

나를 다잡기 위해, 성숙되고 겸손한 나를 위해 또다시 숙제를 뒤적인다.

 

 

[산행일시] 2021년 3월 21일

[산행경로] 북한산성입구 - 백운대 - 대동문 - 동장대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사모바위 - 비봉 - 향로봉 - 불광중학교

              (14.5km)

[산행시간]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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