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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지리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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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직 겸손이 모자란다.

그래서 지리산에 들면 경거망동함을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세석산장에서 술이 과해 조금은 실수를 했다.

그렇지만 두렵지는 않다.

함께 동행한 사람들의 인심이 은근 힘이된다.

지리산에 함께 하는 일은 행복한 동행이다.


십 년 이상 이어진 지리산 종주.

가끔은 왜 이렇게 고생을 하나 반문하면서도 산을 내려오면 또 다시 지리에 오를 궁리를 한다.

참 희한한 인연이다.

처음의 인연은 쉽지 않았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을 이어가는 일은 나름 보람이고 행복이다.

해마다 동행하는 사람이 바뀌는 일.

이 또한 삶의 궤적이다.

내 삶은 나 자신의 운명에 따라 그림자가 그려지겠지만

내가 웃으면 그림자도 웃고 내가 울면 그림자도 울 것이다.

지리산에 들면 웃거나 울거나 의미없는 일이다.

내 삶의 모든 번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중독처럼 지리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중산리 날머리에서 다시 산을 올려보며 되돌아 서는 길.

나는 속세에 들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럴 때마다 다시 산으로 들고 싶다는 생각.

산은 내 마음의 안식처인가.

아니면 도피처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냥 산인가.


유월의 지리

그곳은 아직 봄이다.

진달래 꽃과 산철쭉 꽃이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곳.

촛대봉 새벽 등로에는 서리가 내렸다.

어쩌면 지리에는 여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계절을 잊어버린 지리.

나는 가끔 그를 닮고 싶어한다.





























* 일      시 : 2017년 6월 4일


* 산 행 로  : 성삼재 - 반야봉 - 연하천 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 -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 중산리(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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