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림산
하늘까지 맑았으면 좋았으련만
산과 바람 그리고 꽃과 사람이 행복을 공유할 수 있었던 하루.
내게 주어진 하루를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탓에 허겁지겁 계획에도 없었던 산행을 나선다.
꽃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비단같이 펼쳐진 철쭉을 가르며 가슴에 든 멍울을 씻으내려 꺼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에게 누명을 씌워 억지로 끌어내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난리다.
후세의 사가들이 어떻게든 진실을 기록하겠지만 이 순간 대통령에게는 억울함이 많다.
정상적인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가 깡그리 무시되고 민중 재판으로 대통령을 몰아내며 미쳐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하나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또한 역사라 할것인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이렇게 자기 정체성이 허약한지 통탄할 일이다.
오늘의 일은 역모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선동가들의 역적 모의에 환호성으로 환대한다.
그들 또한 간접적으로 역모에 가담한 자들이다.
지나간 역사의 사례를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함과 역모에 의해 유배를 당하거나 심지어 사형을 받아 사라졌다.
후세의 사가들이 명예를 복위하기는 하겠지만 이미 지나버린 역사를 어떻게 되돌릴까.
오늘의 일도 이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께서 억울하게 모함을 당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줄 수 없다.
그래서 태극기를 들고 정의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소용이 없다.
대명천지에 이렇게 눈 뜨고 당할 수 있다는게 아이러니다.
모함의 역사 또한 역사라 자위하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역모의 현장에 내가 서 있으면서 이를 제지 할 수 있는 힘이 없어서 아픈 역사를 만들어야만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다들이란 말인가.
지난 몇 달간 많이 우울하다.
개인적으로 사업도 어려운데 국가의 정체성이 혼란스럽고 정의와 법치가 무너지는 현실에 울고 싶을 뿐이다.
아마 지금의 상처는 내 생에 지우지는 못할 것이다.
흔적을 지우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
그래서 산에 오르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마음의 고통을 잠시 육체적인 고통과 교류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에서 내려가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속세는 너무 엉망이고 실망이 많다.
국가의 정의와 법치가 무시되고 민중의 음모가 법이되는 역모의 현장에 한 발짝의 발도 들여놓고 싶지가 않다.
아!
아직 우리는 미개한 국민인가?
* 일 시 : 2017년 5월 6일
* 산 행 로 : 제암산 자연휴양림 - 곰재 - 곰재봉 - 사자산 - 골치산 - 일림산 - 용추폭포 (12.5km)
* 산행시간 : 3시간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