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 行

설악산 토왕성폭포

반응형

설악산 토왕성폭포



카메라를 세워야만 앵글에 들여놓을 수 있는 법.

제 생긴 모습이 그러하니 고집을 꺽을 수는 없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덕분에 폭포에 물줄기가 그려졌다.

이만한 다행이 또 있으랴.

새벽 설악에 들면서 땀방울에 갖은 번뇌를 하나 둘 떨쳐내다보니 어느새 토왕성 앞에 섰다.

얼핏 눈인사만 대충하고는 호흡을 고른다.

한꺼번에 그를 다 훑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눈을 세로로 세우고 하늘에 방점을 찍고 아래로 한 획을 긋는다.

눈 가늠자와 폭포의 물줄기가 딱 맞닥뜨려지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짓는다.

잠시 제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

행복.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왜 인간은 그것이 궁금했을까.

그래서 폭포를 따라 하늘을 오른다.

내심 태연한척 호흡을 추스리며 눈치껏 격한 몸부림을 한다.

이윽고 하늘에 이른다.

폭포는 하늘이 아니라 어느 산의 끝자락이었음을 확인하고야 직성이 풀린다.

어리석음이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낮아지기를 학습한 덕분에 창피하거나 두려움을 모른다.

어쩌면 우매한 둔함이 지극한 인간미의 한 단면 일 수도 있겠다.


다시 토왕성에 오르면 하늘을 올려다 보자.

어리석게 하늘을 내려다 보며 속살을 다 내놓지는 말자.

























* 일      시 : 2017년 6월 10일


* 산 행 로  : 설악동 - 비룡폭포 - 토왕성폭포 - 숙자바위 - 칠성대 - 망군대 - 설악동(10km)


* 산행시간 : 9시간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대봉  (0) 2017.06.24
오대산 노인봉  (0) 2017.06.17
지리산(12)  (0) 2017.06.04
마산봉  (0) 2017.05.25
일림산  (0) 201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