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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설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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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흘산

 

 

한기를 품고 새벽을 헤쳐 달려간 그곳.

남녘의 햇살에는 아직 가을의 온기가 남아있다.

산등성이를 양탄자처럼 뒤덮은 낙엽은 겨울준비 하느라 바쁘고

철잃은 구절초 꽃 몇 송이 객들을 반긴다.

 

등로를 걷던 우리는

희망으로 가득찬 바다를 배경으로 막걸리 한 잔에 행복한 에너지를 얻는다.

산에서의 막걸리 한 잔.

동행이 없으면 밋밋한 싱거운 맛일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을 안주삼아 마시는 막걸리는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첨봉에서 응봉산까지 이어지는 등로는 갈치 등짝을 걷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바짝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산행을 하면서 가끔은 이렇게 긴장된 등로를 걷는 것은 별미다. 

편안한 길만 걷다보면 자칫 느슨해져서 지루할 수도 있으니 까탈스러운 길을 걸으며 세포의 긴장을 돋우면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기도 한다.

 

날머리는 가천 다랭이 마을이다.

수백년 또는 수천년에 걸쳐 생성 되었을 바닷가 집들이 옹기종기 서로를 보듬고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마음을 모으고,

홍수가 나서 마을이 떠내려 갈 정도로 물이 불 때도 서로 손을 꼭 잡고 위기를 이겨냈을 것이다.

척박한 산비탈에 다랭이 밭을 일궈 곡식을 심고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왔던 그들.

바다에 나간 배들이 배가 터지도록 만선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잔치를 벌렸을 것이다.

세상이 정신없이 변해가는 틈에서도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 세월이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으랴.

그렇지만 그들의 생활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의 생활문화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음을 힐링한다.

장거리를 가고 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행복을 채워 올 수 있어서 마음은 가뿐하다.

 

계절을 바꿔가며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술잔에 남아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 일      시 : 2013년 11월 23일

 

* 산 행 로  : 사천마을 팽나무 - 첨봉 - 응봉산 - 칼바위 - 설흘산 - 가천 다랭이마을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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