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자진바위골
어떤 인연으로 당신을 만났으랴.
설악을 만나는 날에는 작은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알지 못할 경외심으로 가슴이 가득찬다.
꾸미지 않았으며,
흥분할 줄도 모르며,
시작이 어디인지 알 수 없으며,
그 끝을 알 수도 없는
그는 자연이다.
내가 당신을 만날 때마다
나는 잠시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신의 품을 떠나 올 때는 자연을 떠나 오는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자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무한한 경외심을 갖는다.
설악골 들머리에서 당신 품으로 들어가는 시간
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계곡에는 천둥같은 물소리가 들렸다.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고
아름다운 품에 들 생각을 하며 경건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우리는 알지 못할 계곡으로 들어섰다.
계곡의 끝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에서 내리는 폭포가 버티고 있다.
폭포 끝에 올라서면 하늘 밑자리.
어찌 오를까.
하늘 맞닿은 자리.
천개의 꽃이 피었다는 천화대.
공룡의 넓고 깊은 품.
천불동의 기기묘묘한 바위들
대청과 중청의 위용.
멀리 울산바위가 바닷바람을 막고 있다.
가슴을 벌려 설악을 마음껏 담아본다.
쉽지 않은 하산 길.
한발만 삐끗하면 염라대왕을 만난다는 염라길을 끼고 내려오는 계곡길이 예사롭지 않다.
한참을 내려와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평탄한 길을 걷고 싶었다.
긴장이 더해질수록 피곤도 쌓여간다.
힘은 들어도 시간이 흐르니 어느새 천불동 계곡에 이르렀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맑은 물에 땀을 씻어내며 설악을 오롯이 담는다.
산행내내
왜 '설악' 이었을까 고민했다.
그럼 뭐라 이름 붙일까.
설악에 올라서 감회를 말이나 글로 어떻게 표현할까.
그냥 그대로 가슴에 담는 수밖에
잊혀지면 잊혀지는대로 남으면 남는대로 설악인 것을
그래.
그냥 '설악'으로 하자.
* 일 시 : 2012년 9월 22일
* 산 행 로 : 설악골 - 비선대 - 자진바위골 - 50폭 - 100폭 - 희야봉 - 왕관봉(천화대 갈림길) - 염라폭포 - 염라길 - 비선대 - 설악골
* 산행시간 : 9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