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친구야!
산에가자.
좋다.
들머리 청량사에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산사 진입로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절에 무슨 행사가 있나보다.
그들 틈에서 호흡을 조절한다.
청량사에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이 곱다.
처음 출발할 때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조망을 보기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늘이 열리니 행운이다.
청량사를 지나 가파른 등로를 올라 능선길을 잡았다.
첫 봉우리인 경일봉에 오르니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사방의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참 좋다.
이렇게 좋은 곳에 살면서 과한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저 넓은 들판 한 켠에서는 지난 밤 내내 끙끙 앓으며 쌓아 두었던 욕심을 풀어 놓다가 곤란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능선을 따라 올망졸망 걸으면 세상은 잠시 모두 내것이 된다.
이 산을 내려가면 모두 자연의 것이 될 것이다.
삶이라는 것 또한 내가 지나가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는 하나의 행로에 불과하다.
무엇을 더 구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구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다.
하산 길
가파른 골짜기에 기대어 집이 두어채 서 있다.
산짐승들만 간혹 안부를 물을것 같은 골짜기.
노부부 두분이서 직접 빚은 막걸리를 판다.
외롭고 한적한 골짜기에 사람이 들락거리는 것도 삶의 활력인데,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흘려 놓고 가는 맛이 꽤 솔솔하다.
막걸리를 과하게 마신 탓으로
비틀거리면서도 기분좋은 산행이다.
친구야!
삶은 속도가 아니라 의미가 아닐까.
산이 참 좋다.
* 일 시 : 2012년 9월 1일
* 산 행 로 : 입석 - 청량사 - 응진전 - 김생굴 - 경일봉 - 탁립봉 - 자소봉 - 탁필봉 - 연적봉 - 자랍봉 - 선학봉 - 장인봉 - 하청량
* 산행시간 : 5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