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친구를 만나면
세월은 잠시 넋을 놓고 우리들의 재롱을 즐긴다.
새봄의 기운을 받아 연록의 향기를 품고 뾰족뽀족 입술을 내미는 아름다운 계절.
우리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껴안는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지 30년 세월을 넘겨서 만나는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그 향기가 다르다.
세월이 겹겹이 쌓일수록 조금씩 건강이 틀어지는 친구도 있고
그 보다는 더 창창한 미래를 열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어떤 친구는
돌박이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며 연신 벙글거린다.
왜 아니겠나.
이 나이에 돌박이 아들이라니.
언뜻 보기에는 손자 같은 아들이지만
작은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짓과 앙증맞은 손짓.
소박한 울음까지도 우리들에게는 행복한 즐거움이다.
그 아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멋진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보지만 되돌아서 곰곰히 짚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을 것같다.
지금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친구를 만나서 산에 오르고
아기자기한 웃음을 늘어 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더 이상은 욕망이다.
돌박이 아이는 아버지 친구들 따라 청계산에 오르면서 연신 고개를 젖는다.
반백이 된 아저씨들도 신기하거니와
그들이 아버지 친구라는 것도 모르는 척 넘길 일은 더욱 아니다.
싱그러운 향기가 넘실대는 푸른 산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정상까지 올랐다는 사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돌박이 아이를 가진 아버지가 되었다.
자칫 칙칙 할 수 있는 늙수구레한 만남이
까만 눈동자가 예쁜 아이 때문에 생기를 얻었다.
그렇게 산에 오르는 날에는 힘들지도 않다.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향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푸른 이파리들이 제 삶을 다독이며 알록달록 예쁘게 물드는 날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산자락을 접는다.
친구야!
언제나 함께 건강하기를 바란다.
* 일 시 : 2012년 4월 28일
* 산 행 로 : 원터골 - 약수터 = 헬기장 - 매바위 - 매봉 - 토끼샘 - 원터골
* 산행시간 :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