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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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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마이산을 떼어놓고 진안을 기억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상상이다.

어느 시간에 어떤 위치에서나 마이산은 진안의 중심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이산을 그리고 있었다.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었는데, 봄을 맞아 마이산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많이 보고 싶었기에 그 설레임도 크다.

호기심 많은 당나귀가 쫑긋세운 큰 귀가 첫 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에 서면 골바람이 분다.

삶 중에서 우리가 겸손하고 가려야 할 일에 대한 준엄한 경계를 일러주는 듯하다.

고드름이 거꾸로 자란다는 은수사를 지나 탑사에 이르면 무수한 탑이 세워져 있다.

어떤 염원을 담아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좁은 골짜기에 옹기종기 탑을 세운 정성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겠다.

덕분에 많은 관광객들이 붐빈다.

탑을 세운 이갑용 선생은 후대에 많은 사람들이 진안을 찾기를 염원하면서 탑을 세운 것은 아닐까.

 

마이산의 바위는 바위에 돌이 박혀 있는 형상이다.

바위의 질감도 거칠고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산행내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체험이다. 

태고적 지구를 만들 때,

지구의 형틀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붓고

남은 폐 콘크리트를 진안 땅에 부어서 산을 만든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 전체의 바위가 이렇게 콘크리트로 성형되었을리는 만무하다.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도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는다.

 

암마이봉에서 광대봉을 향하여 능선을 따라 걷는 길.

마이산을 중심으로 사방이 확 트이고

논 밭의 경계를 넘어서면 산그리메가 겹겹이 쌓여 장미꽃잎을 연상하게 한다.

오르락내리락 능선 따라 걸으면서 마이봉을 뒤돌아 보게 된다.

왜 뒤돌아 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돌아보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암마이봉에 가려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숫마이봉이 비룡대를 넘어서면 조금씩 보인다. 

암마이봉에 숨어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세상의 경계를 살피는 숫마이봉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남자들을 떠올려 본다.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자라서

아내의 등뒤에서 갖은 눈치 보면서 살다가

딸래미의 손에 이끌려 쓸쓸한 노년을 걸어가는...

숫마이봉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조금은 가볍게 생각했던 산행이었는데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하산 할 때 코스를 잘 못 잡았다.

결과는 뻔하다.

잘못 내려온 등로를 다시 올라 갈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도로를 따라 종착지점을 찾아가는 길에 인심 넉넉한 트럭을 만나서 올라탔다.

긴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행복한 인연이다.

살다보면

가끔은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꼭 잘못 된 길은 아닐터이다.

 

 

 

 

 

 

 

 

 

 

 

 

 

 

 

 

 

 

 

 

 

 

 

 

 

 

 

 

 

 

 

* 일     시 : 2012년 4월 1일

 

* 산 행 로 : 북부주차장 - 숫마이봉 - 은수사 - 탑사 - 암마이봉 - 봉두봉 - 삿갓봉 - 안부 - 비룡대 - 고금당 - 광대봉 - 합미산성 - 덕천교

 

* 산행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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