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구려 마라톤
고구려의 기상을 계승하자고 함성을 지르며
영하 8도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사람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달릴 수 있을까 갸웃거리면서 운동장에 나선다.
그곳에
드라마 광개토대왕 출연진들이 함께했다.
아마 주체측에서 의미있는 섭외를 했겠구나 생각하면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름 또 하나의 추억이 된 것이다.
출발 시간이 가까이 되자 햇살이 퍼지면서 움츠러든 어깨를 펼 수 있어서
따뜻한 사기를 돋우며 강가로 뛰쳐나간다.
한강변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고
추위 탓인지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드물다.
초반에 레이스가 가벼웠다.
내심 기록을 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렇지만 함부로 뛸 수 없다.
마라톤은 순간의 감정으로 우쭐거리다가는 결승점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돌이키며 안배를 잘 하는 것도 마라토너의 기술이다.
잠실운동장에서 암사동 쪽으로 달려 갈 때는
햇살이 오른발에 따뜻하게 쬐여서 오른발이 시렵지 않다.
반면에 왼쪽발은 차갑다.
반대로 여의도 쪽을 향하여 뛸 때는 왼발이 따뜻하고 오른발은 시렵다.
세상 그런가 보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
음지가 차면 양지는 따듯하고
양지가 따뜻하면 음지는 차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살아간다.
나는
양지에 있을때 음지를 얼마만큼 보살피는가.
음지에 있을때 양지에 대하여 삿대질을 하지는 않는가.
음지에 있을때 양지를 기억하고
양지에 있을때 음지를 보듬을 수 있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비록 힘들지라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자
지금 마라톤이 힘들더라도 끝까지 달려서 내 삶의 의미를 찾자.
언제나 마라톤은 힘들다.
오늘도 마라톤은 내가 가진 에너지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한다.
풀코스가 아니면 좀 편할 줄 알지만
마라톤은 그런것이 아니다.
길던 짧던 마라톤은 언제나 힘들다.
나는
스스로 마라톤이라는 과제를 만들고 그 과제를 해결하면서 작은 희열을 맛본다.
마라톤을 하지 않으면 고통이 없을테니까 더 행복할텐데
발가락이나 무릅에 부상을 감내하면서까지 왜 미련한 선택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일 또 뛸 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뛸 수 있으면 뛰고 싶다.
걸음을 멈추는 날까지 뛰어보자.
그 속에서 나를 찾자.
* 일 시 : 2012년 2월 19일
* 기 록 : 2시간 55분 37초(32.1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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