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득심 以聽得心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들어야 하고, 듣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하며,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도 들어야 한다네.
자네와 인연을 맺은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그동안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어려울 때는 어려운대로 정을 나눠 왔지만,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해지는 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주변과 호환하려 하지 않고 자기 방식
대로만 살아가려는 삿된 고집을 지적하고 싶다.
즉,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만을 고집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일세. 어쩌면 변화를 억지로 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심하게 표현하면 변화에 편승하기 싫어서 갖가지 변명으로 고집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만을 고집하고 살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네한테 허허로운 마음으로 몇 마디 충고 하고자 하네. 물론, 내 이야기를 아무 저항 없이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아네. 그렇지만 귀를 열고 마음을 다독이며 좀 들어보게나.
자네는 성품이 강직하고 곧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네. 그런 성품은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
기도 하지만, 자칫 단조로움 때문에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네. 지금 우리 사회는 상당히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으므로 단순하게 앞만 보고 밀어붙여서 해결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네.
또한, 자네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나 결과가 잘못 되었을 경우, 진정으로 승복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아는 자네는 굽힐 줄 모르는
고집과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승복하는데 많이 인색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승복한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면서 치졸하게 승복하는 경향이 있다네. 그것은 승복이 아니라 굴욕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자네의 가장 큰 단점은 옹졸한 마음에 깃든 독선이라고 생각한다. 즉,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을뿐더러 들을 준비도 되
어 있지 못해요. 듣기는 하더라도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 자네의 마음이 상할지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를 여과 없이 그
냥 편하게 듣기만 하게.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만은, 단점을 알면서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찌 선善한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러한 단점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준다면 그냥 간과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 나의 충고가 자칫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애정으로 봐 주기를 바라네.
위에 열거한 자네의 몇 몇 결함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자네의 닫힌 귀를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
나온 세월은 귀를 닫고도 살아왔지만, 남은 인생도 귀를 닫고 살아가려 한다면 우울한 초상을 그릴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게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해 주며, 이해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듣기
보다는 말을 많이 하려고 덤비는 경향이 많다네. 그렇다고 입을 꾹 다물고 세상일에 관심마저 끊어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네. 반면
에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지 말고 새겨보게나.
그동안 지켜본 자네는 남의 말을 들을 때, 마음을 닫고 듣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져서 한 가지 더 지적하고자 한다. 상대방과 마음을
통하기 위해서는 귀로 듣기보다는 가슴으로 들어야 하리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의 삶은 함께 함으로서 아름다
운 것이며, 함께 할 때만이 인간의 존귀한 가치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을 열어야 하고, 내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귀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을 새겨보면서 남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해본다. 속담처럼 이득을 얻기 위하여 듣기 보다는, 우리 삶에 아름다운 행복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존경
스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마음을 얻기 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하여, 덕德을 얻기 위하여 우리는 귀를 열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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