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
하늘 맑은날
지리산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즐겁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많이 붐비겠거니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느긋하게 그곳으로 향한다.
생각보다는 한산하다는 느낌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꼼꼼하게 관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년 전에 한 번 다녀온 기억이 있는 곳이어서
어떤 신비감보다는 안부가 더 궁금하다.
별의 별 사람들이 모였다.
훌러덩 벗고 바위에 누운 사람..
물 속에서 나올줄 모르는 사람
물놀이기구에 의지해서 등을 빨갛게 익혀가고 있는 아이들
술 한잔 취해서 비틀거리며 횡설수설하는 사람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그리며 고스톱 치는 사람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행하는 사람..
그들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곡 폭포물은 기차를 연상케 할 만큼 웅장한 소리를 쉼없이 토해내며 물을 콸콸 쏟아낸다.
산행을 하면서 풍덩 빠져보고 싶었지만
체면치레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땀을 훔치기만 한다.
가끔은 계곡에 손을 담그고 얼굴의 땀을 씻어내기도 한다.
시원한 계곡물에 잠시 내 마음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칠선계곡은 지리의 10경 중에 하나로
계곡의 운치도 좋을뿐더러
수량이 풍부해서 질감이 좋다.
사시사철 저렇게 물이 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이 계절에 들른 칠선계곡은 풍부한 여인을 연상케한다.
물론 계곡에 쉽게 접할수는 없다.
추성리 초입에서 계곡에 접근하기까지는
근 한시간 가량 가파른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야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계곡 입구
예전에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두지동에는
삼년 전에만해도 서너채의 집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지리의 칠선계곡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화전민의 흔적은 없고 호두나무 몇 그루만이 그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붕을 바꾸고
벽도 걔량하여 칠선을 드나드는 객들에게 시비를 건다.
산채나물을 팔고 음식을 파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몇몇 집에는 숙박을 겸하는 듯하다.
두지동을 지나 칠선계곡으로 이어가는 길에
옛 칠선동 마을의 흔적이 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집을 지은 축대와 감나무 몇 그루가 흔적의 전부이지만
무슨 목적으로 이 깊은 골짜기까지 스며들었을까.
먹고 사는 일이 그렇게나 팍팍했던 것일까.
세월도 무상하고
지리도 무심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곡물은 줄기차게 이어져 내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잠시 내가 스치는 동안 끊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만 보일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잠드는 시간에는
계곡물도 흐름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선담에서 칠선폭포까지는 이어갈 수가 없다.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5-6월과 9-10월에는 그 문을 열어서 칠선계곡 길을 따라 천왕봉까지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한다.
그렇게 한 번 가 보고 싶지만
오늘의 발걸음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면
더이상 아쉬움을 접을 수 밖에..
아름다운 칠선의 정갈하고 담백함을 내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언제나 그렇게 지치지 않고 계곡물이 흐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일 시 : 2010년 8월 1일
* 산 행 로 : 추성교 - 두지동 - 선녀탕- 옥녀탕 - 비선담 - 추성교
* 산행시간 :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