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 行

소백산 철쭉

반응형

 

소백산 철쭉

 

향이 좋은 커피숍에 들렀다 나오면 그 멋진 향이 내 몸에 배고

달콤한 빵 냄새가 좋은 빵가게를 들렀다 나오면 달콤한 빵 향이 몸에 밴다.

하루종일 꽃 속에 묻혔다 나오니 나는 어느새 꽃이 되어 있었다.

 

자연은 환경에 따라 그 자신의 모습과 습생이 바뀐다.

사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떤 때에 어떤 친구와 동행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목표가 바뀌고 살아가는 모습이 바뀐다.

그런만큼

은은한 향을 가진 친구와 가까이 하면 나도 멋진 향을 품게 될 것이고

악취가 나는 친구와 함께하면 나도 악취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위하여 어떤 향을 내 놓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세상이치는 간단하다.

나를 중심으로해서 내 주변의 좋은 향을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내가 내 주변의 친구들을 위하여 좋은 향기를 내놓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질것이다.

 

30년 만에 소백산을 찾았다.

그 풍상의 세월동안 그는 변함없는 향기를 지니고 있었고

나는 질곡한 세월의 압력을 견디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변해있었다.

서로에게는 눈짓을 교환하거나 말을 건낼 필요도 없다.

그는 스스로 세상을 알 것이고

나는 그의 덤덤한 믿음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몸에 습관처럼 밴 악취를 털어내고 철쭉의 향기를 담으려 소백산에 찾았을까.

연한 철쭉의 향기를 마음대로 담아내고 씻어내고..

폐부 깊숙이 철쭉의 향기로 채웠다.

이만하면 나도 향기를 내 보낼 수 있을까.

그것은 욕심이었다.

단 한번의 고백으로 사랑을 얻을 수 없듯이

한번의 산행으로 철쭉의 향기를 흉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철쭉에 다가서는 것은

당신의 향기가 내 몸에 배면

어느순간 나도 의도하지 않게 그 멋진 향기를 내놓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철쭉을 볼 수 없으리라 서운해하며 별 기대없이 걸음을 뗀 산행이었는데

그가 나를 기다려 주어서 향기로운 하루를 담을 수 있었다.

고운 향기를 담아서

더 아름다운 향기를 내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그런만큼 나는 그의 소중한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노라.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 일     시 : 2010년 6월 6일

 

* 산 행 로 : 어의곡 - 늦은맥이재 - 상월봉 - 국망봉 - 비로봉 - 천동계곡

 

* 산행시간 : 6시간 30분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종주(5)  (0) 2010.06.20
계룡산에서 우정을 담다  (0) 2010.06.14
도봉산  (0) 2010.05.16
계룡산  (0) 2010.05.03
진달래가 있는 청계산  (0) 201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