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그리운 그대
지척에 두고서도 옹알이 하듯 가슴에 담기만 할뿐..
무엇이 두려웠을까.
청계산에 오를 때마다 고개를 들어 희미하게나마 안부는 들어왔던 터라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만은
나는 늘 그대가 그립다.
땅 기운이 나무에 스며들어
연두빛 물감으로 채색되는 푸른 오월에는
새댁 친정집 들리 듯 후딱 다녀오면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을까.
이것 저것 눈치 보지 않고 지인이랑 함께 배낭을 메고 휘파람을 불었다.
3년은 넘은 듯하다.
자주 들리지 못한 탓이어서 길이 어둡지만 두려움은 없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야 두말 하면 잔소리다.
우이암 오르는 길
철쭉 꽃이 피고지고 산객을 잡는다.
때를 놓친 진달래는 허둥대는 모습이 안쓰럽다.
도봉 주능선에 자리 잡은 복숭아 꽃
고운 분홍빛이 낯 모를 자신감에 차 있다.
이왕 내친김에 말간 복숭아도 주렁주렁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힘내라..
나도 힘낼께..
갈림길에 섰다.
관음봉으로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오봉 형제들을 만나고 갈 것인가.
아직 한 번도 오봉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도리가 아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에는 섭섭함이 많다.
그래서 다정한 정을 소담스럽게 이어가는 오봉 형제들을 만나기로 했다.
되돌아 서는 길 마다
북한산 인수봉이 우뚝 서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그러고보니 인수봉을 뵌 지도 한참이나 되었구나.
언제 짬내서 한 번 다녀와야 할텐데
다짐을 하며 말빚을 하나 더 쌓는다.
오봉에 오기를 참 잘했다.
멋진 우애를 이어가는 형제들이 부럽기도 하다.
오봉 중
가장 듬직한 맏이의 목마를 타고
동생들을 내려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멋진 풍경들이지만 올라오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을 다 내어주고 수억년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 자존심 만큼은 접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렇게 그것만은 풀어놓지 않을 것이다.
오봉 형제들의 아름다운 우애를 보고싶거든
발품을 파는 수 밖에 없다.
오봉과 인수봉이 쳐 놓은 병풍 앞에서
우리들도 우정 한 땀을 단단히 꿰매고 막걸리 한 잔 쭉 들이켰다.
그래서 행복하다.
수억년의 풍상이 만들어낸 바위
그를 대할 때마다 항상 엄숙해진다.
나는 잠시 세상에 나와서 그대를 스치듯 지나가지만
그대는 끝 모를 세상을 지켜나가야 할 운명이었으니 쉽게 지치거나 짜증내지는 말자.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고
하늘이 맑을 때나 비가 올 때나
겸손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신선대에 올라서면
자운봉의 봉우리가 손 닿을 만큼 지척이다.
퍼즐을 맞춰 놓은 듯한 바위 봉우리는
누가 뭐라해도 신의 손길임을 부인 할 수가 없다.
가운 데 돌을 조심스럽게 빼내서
그 위에 올려 놓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허락할까.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와
진달래..
서로를 의지하며 애정을 과시한다.
싸우거나 삐치지 말고 오랫동안 살가운 정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다음에 또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있으려무나.
그리운 도봉산
그들도 부처님을 영접하느라 알록달록 옷매무새를 고친다.
나는 그대의 향기를 담았으니
또 얼마간은 잘난척하고 살아 갈거다.
그대를 믿고 좀 잘난척 하더라도 좀 이쁘게 봐주게나..
* 일 시 : 2010년 5월 16일
* 산행로 : 도봉역 - 도봉사 - 우이암 - 오봉 - 관음봉 - 신선대 - 자운봉 - 마당바위 - 도봉역
* 산행시간 :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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