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 풍력 발전기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능선
동해의 세찬 바람이 고개를 넘으며 쉬어가는 그곳에
인간들은 바람을 잡으려고 그물을 쳤다.
바람아 불어라.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바람을 잡으려고 고갯마루에 빈틈없이 올가미 엮듯 엮었으니
바람은 갈 길을 잃고 해맨다.
동해의 짠 바람을 몰아 육지로 내 몰면
대관령의 소나무들은 짭쪼름한 바닷 바람에 모자람 없이 포근했었는데
이제 그 바람이 갈 길을 잃었다.
대관령을 넘자니 풍차에 잡히게 생겼고
바다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보면
바람은
혼자서 제 속을 삭히느라 얼마나 애쓸까.
이리저리 속 앓이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대관령에 부딪치고 보면
풍차는 때 만났다는 듯이 돈다.
바람도 돈다.
너도 돈다.
나도 돈다.
우리도 돈다.
인간이 산에 오르면 산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인간을 품는다.
그런데 인간은 산에 올라서 바람을 잡으려 한다.
수억년을 제 집 드나들 듯 넘나들던
동해의 바람을 잡으려는 인간의 간악함이 가소롭기까지 하다.
풍차로 바람을 잡아야만이
인간이 살 수 있는걸까.
인간은
태양이 주는 햇볕도 그냥 주는대로 받아서는 못산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햇볕을 빼앗아 가불해서 쓰고
자연이 불어주는 바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이렇게 바람을 빼앗아 쓰려고 풍차를 세웠다.
우매한 인간이다.
태양과 바람..그리고 자연을
무한 에너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뜻 보기에 무한해 보이지만
내 생각으로는 자연 에너지도 유한하다.
사용하는 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잠시 빌어 쓸 뿐이지
아무렇게나 마음껏 쓸 수 있을만큼 무한한 에너지는 아닐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소한의 필요한만큼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소비량을 줄이지 않고
욕망의 크기에 맞춰 이것저것 빌어다가 사용하다보면
우리의 삶은 황폐화의 길로 한 걸음 빨리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탐욕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을 병들고 늙게하는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인간의 삶은 탐욕과의 줄다리기로 정의되어진다.
탐욕의 울타리에 갇히면 세상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헤로운 사람은
그 탐욕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순간의 삶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인간이 잘난 탓일까.
모자란 탓일까.
* 일 시 : 2010년 1월 10일
* 산행로 : 대관령 휴게소 - 새봉 - 선자령 - 초막교
* 산행시간 :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