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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삼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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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

 

자그마한 산이지만 만만하지 않다.

얕잡아 보았다가는 정상 턱 밑에서 무릅을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삶의 또 다른 향기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3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학창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가을이 마음껏 물들어 가는 그곳으로

우리는 경춘선 기차을 탔다.

당연히 사이다와 김밥 그리고 삶은 계란을 준비했으며,

학창시절의 추억도 함께 준비했기에 가슴이 더 두근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이만큼 지나고보니

남학생 여학생 구분도 못하겠다.

여학생이 남학생 같고

남학생이 여학생 같다.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는 것은 분명 힘드는 일이다.

고행의 길을 오르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산을 헉헉대며 오른다.

몇 몇 친구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친구들의 우정을 턱 밑에 바짝대고 올라가니 참을만하다.

 

 

 

등 굽은 소나무 한 그루

우리들 나이만큼 되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너는 30년 전 학창시절도 함께 했겠구나.

그렇지...

고생이야 많았겠지만,

이렇게 늠름하게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부터 우리는 친구다.

 

 

중턱쯤 올랐을까.

춘천시내가 보이고 의암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을 오르다가

이렇게 큰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다.

삼악산은

산 그 자체보다도 산에서 이렇게 멋진 호수를 내려 볼 수 있어서 더 멋지다.

 

 

 

 

오르고 또 올라도 가파른 오르막길 뿐이다.

힘은 들지만

친구들과 당겨주고 밀어주고...

토닥거릴 수 있는 우정이 있어서 할 만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가을소풍을 나온 셈이다.

조잘거리는 우정을 함께했던 학창시절..

반듯하게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도 나무랄 사람 없는데..

삐딱하게 멋을 내어보며

겁 없이 겅중거렸던 우리들이

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소풍을 나왔다.

중후하게 멋들어 가는 향기가 좋다.

그래서 깔깔대며 웃어보기도 한다.

 

 

 

 

붕어섬

 

맨날

물 속에 갇혀서

숨은 어떻게 쉬는지 몰라.

평생을 물 속에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가끔

너를 만나고 싶으면 내가 너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어떤 날

볕 좋은 날에

네가 헤엄쳐 나오려무나.

 

그때는 내가 힘껏 안아드리리다.

다시 돌려보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 말 명심하거라.

다시 볼 때까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부에서도

이렇게 멋진 산능성이의 파노라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참 멋진 인생이다.

가끔 이런 일탈의 맛이

인생의 감칠 맛을 돋우기도 한다.

 

 

 

 

 화이팅!

오랜만에 만난 즐거움을 산에서 마음껏 챙겨가자.

우리들의 우정이 곰삭아서

서로에게 향기가 될 수 있도록 행복하게 웃자.

산봉우리가 우리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것은

우리도 그만큼 많이 올라왔다는 증거다.

그렇구나..

자...손 잡고 함께 내려가자꾸나.

 

 

 

 

 

 

 

내려오는 계곡에는 가을이 절정이다.

마음껏 가을을 담고

우정을 나누고

웃음을 싣고

이 산을 떠나서 돌아가는 각자의 삶에서

오늘의 향기가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친구야!

돌탑은 왜?

무슨 바램이 있을까.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홧팅!

 

 

작은 폭포에

물이 끊이지 않고 떨어진다.

친구들아!

우리들의 우정도 저 폭포처럼 힘차게

그러나 메마르지 않게

쭈욱 이어지기를 바란다.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를...

 

 

* 일     시 : 2009년 10월 18일

 

* 산 행 로 : 의암댐 매표소 - 상원사 - 깔딱고개 - 암릉구간 - 철계단 - 정상(용화봉) - 큰 초원 - 333계단 - 선녀탕 - 비선식당 - 등선폭포

 

* 산행시간 : 3 시간

 

* 위       치 : 강원도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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