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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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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

 

그는 당나무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젏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옛 향기 서너개

노인들의 푹 패인 주름속으로 간신히 향기를 묻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마저도 귀찮아질 즈음

그는 쓰러졌고

우리는 한동안 그를 잊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실눈을 뜨고 그믐달이 내려앉는 밤에

낯설은 소문이 돌고

신선한 새벽에 내리는 이슬을 먹고

알지 못할 새로운 힘을 얻을 즈음

그는 다시 태어났고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옛날

파고만뎅이에서 한 달음에 달려오던 그 기상을 이어가라

쉼 없이 그냥 쭈욱 멋대로 달리거라

아침 저녁으로 자유롭게 하늘로 오르는

솔가지 태우는 향기를 먹고 마음껏 자라거라

또 다시 천년을 이어가거든

그때 다시 말하려무나

 

아름다운 향기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들기도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다시

고향이라는 봉창에

몽환히 서리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며

팽나무에 선명하게 새겨넣는다.

고향의 돌담과

초 겨울 까치를 위해 남겨놓은 빨간 홍시와

지칠줄 모르는 곧은 대나무와

늘 푸른빛으로 마을을 지키는 소나무와

옹기종기 붙어서 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향기를

 

 

 

 

 

 

 

 

 

 

 

 

 

 

 

 

 

 

 

 

 

 

 

 

 

 

 

 

 

 

 

 

 

 

 

* 일     시 : 2009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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