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隨筆, 散文

페러글라이딩

반응형

 

날자!

영혼을 채우고 싶었던 작은 꿈. 아름다운 그 꿈을 위하여 창공에 오른다. 내 기억 속에 깊이 침잠되어 있던 날개의 깃을 내어 하늘을 날자.  무르익어가는 가을 속에서 내 마음을 내어놓고 세상을 만나러 떠난다. 막연하게나마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생각이 마음 언저리에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 야유회의 행선지를 하늘로 정했다. 어떻게 하늘로 오르지. 마음만 있으면 방법이야 있겠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오락가락하여 마음을 졸였었는데 마침 일기가 좋다. 이왕 인심 쓸 바에는 더 넓은 세상을 다 볼 수 있도록 청청하게 맑았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은 욕심이다. 이만큼만 행복하자.

 

우리가 혼자서 비행을 할 수는 없다. 배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탑승비행만 한다. 그래도 하늘을 나는 짜릿함과 황홀함은 다르지 않다. 조종사가 곡예비행을 하면 괴성을 지른다. 마음껏 하늘을 향해 나의 폐부에 쌓여있던 욕망을 쏟아낸다. 이렇게 토하듯 쏟아내고 나면 한동안은 조용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을 나는 즐거움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귀하다. 세상에는 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자칫 즐거움만 쫓다 보면 천박하게 엉키기 일쑤다. 페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나는 즐거움은 품위 있는 기쁨이다. 오늘의 기억을 오래도록 기억할 테다. 어쩌면 평생을 두고 입바퀴에 걸고 다닐지도 모른다. 아무튼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는 하루를 얻었으니 행운이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하늘을 비행할 때처럼 조금의 두려움과 황홀한 기대감으로 나를 기억할 수 있다면 벌떡 일어설 수 있겠다. 뛰자. 힘껏 뛰자.  내 인생에서 작은 걸림 들은 그냥 바닥에 두고 하늘을 향해 마음껏 뛰자. 하늘을 마냥 오를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오른 만큼 다시 내려와야 하는 인생이다. 가끔은 서툰 인생으로 사과밭에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다시 정성을 다해서 접고, 마음을 다져 다음 비행 때에는 마음껏 날았다가 사뿐히 착륙할 수 있으리라 다짐한다. 초보 파일럿은 하늘에 오르자마자 땅에 안착할 일을 걱정한다. 하늘을 나는 희열에는 그만큼의 두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날고 싶었던 하늘이었는데, 하늘에 오르면 내려와야 할 일을 걱정하는 것은 정해진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앉아서 올려다보는 하늘에도 내가 원하는 이상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볕 좋은 가을날에 하늘을 날며 가졌던 우리들만의 자신감이 경거망동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함으로 숙성되기를 바란다.

 

 

[일     시 ] 2009년 10월 16일(2009년 추계 야유회)

[장     소 ] 문경 활공랜드

 

 

 

 

 

 

 

 

 

 

 

 

 

 

 

 

 

 

 

 

 

 

 

 

 

 

 

 

 

 

 

 

 

 

 

 

 

 

 

 

 

 

 

 

 

 

 

 

 

 

 



 

 

 

 

 

 

 

 

 

 

 

 

 

 

 

 

 

 

 

 

 

 

 

 

 

 

 

 

 

 

 

 

 

 

 

 

 

 

 

 

728x90

'隨筆, 散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春雪  (0) 2010.03.13
팽나무  (0) 2009.12.19
휴가  (0) 2009.08.02
광안리 小景  (0) 2009.03.12
긍정의 힘  (0) 200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