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2009년)
언제나 설레는 이름,
고향.
가을의 고향에는 감이 익어가고 들판에는 온통 겨자색으로 물들어간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그 무엇이랴만은
고향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한가위를 맞은 고향은 언제나 내 행복의 보금자리다.
목화솜이 활짝 피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문익점의 이야기를 듣고 목화의 가치를 처음 알았던 탓일까.
목화를 볼 때마다 문익점 선생님을 떠올린다.
고향은 목화솜 같이 포근한 내 마음의 보금자리다.
고향을 내려 갈 때마다 시간이 허락하면
팔조령 터널을 이용해서 빠른 길로 가기 보다는 팔조령 고개를 넘어간다.
그 옛날 전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팔조령에는
내 학창시절의 꿈이 영글었던 길이기도하다.
팔조령에 올라서 멀리 고향 들녘을 바라보면서
내 꿈을 챙겨본다.
지나온 나의 꿈과
앞으로 열어 갈 내 꿈의 변주곡..
어떻게 연주할까.
들판에는 알찬 곡식들로 가득찼다.
황금 들녘을 가슴에 안을때마다 행복함이 넘친다.
벼가 다 익기도 전에
농부들은 벼 수매를 걱정한다.
땀 흘려 풍년을 일궜는데,
그 수확을 다 받아주지 않는다하니
기쁨으로 가득 차야 할 들판에 수심으로 채워진다.
붉은 맨드라미.
다 태우지 못한 마그마의 반항이었을까.
너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뜨겁다.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 갈 때마다
더 뜨거워져야겠다.
너에게서
붉은 사랑을 배우고싶다.
수세미가 주렁주렁
제 몸을 추스르지 못한다.
너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그대의 가슴에 꽉 찬 꿈은 어떤 꿈이었을까.
살짝 꺼내 보고 싶지만..
그냥 이렇게 보는것만으로 행복하다.
서산에 해가 떨어지면
고향은 더욱 쓸쓸함으로 가슴에 묻힌다.
내 가슴에 아무리 담아도 다 담아내지 못할 고향이지만
이렇게 해가 넘어가면
내 가슴도 넉넉해진다.
세상 어디에서나 지는 해지만
고향에서 지는 해는 내 심연의 무게로 깊이 침잠한다.
작은 저수지..
그 뒤로 별장 같은 집이 들어서고
가끔은 풍경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격에 맞지 않는 어울림이 어설프다.
그렇거나 말거나
고향 저수지에는 산 그림자가 가라앉고
내 동심도 그 속에 담군다.
내일 아침에 다시 꺼내봐야겠다.
고기가 많이 잡혔을라나...
억새와 찔레가 가을을 준비한다.
얼핏보기에
굳이 서둘러 준비하지 않아도 될 듯도 한데
이렇게 서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다가..
배가 고프다가 허겁지겁 먹다가 체 하듯..
그렇게 체 하면 어쩔려구..
좀 천천히 가을속으로 들어가지..
저 아이들은
2009년의 한가위를 어떻게 추억할까.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풍경 속에서
잠시 웃었던 기억만 추억할까.
풀잎하나..
푸른 달 빛
겨자색 들판..
모든 가을의 이야기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내 행복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저장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일 시 : 2009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