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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흥정산 - 한강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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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산 -한강기맥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여름날

산에 숨어든 까닭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한강기맥

불발현에서 운두령 구간에는 하늘이 열리지 않습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산행길에는 오직 나를 숨겨주는 나무와 갖가지 꽃들이 있습니다.

하늘이 열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는해도 꽃들이 있기에 견딜만 합니다.

산속에는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과

그 땀을 씻어주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그 어떤것도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여름날의 산행은 햇볕을 피할수는 있으나,

땀을 피할수 없는 이유를 깨닫게 합니다.

 

 

초롱꽃

 

외진 길섶에서

등불을 켜고 기다리는 사랑

오지도 않을 님 기다리다 지쳤을까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 어느때쯤

지친 나를 반겨주던 당신

호흡을 몰아 길을 재촉하는 나에게

방긋이 웃는다

 

뒤돌아서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변명처럼 돌아서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웃습니다

 

부끄러운 가슴을

살포시 열어주던 당신

사랑이 그리워

보라빛 등을 켜고 기다립니다

 

당신의 사랑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그대는 나의 등불입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을 볼때마다

나는 가슴을 헤아립니다.

얼마만큼 뒤돌아서서 그대를 헤아립니다.

어떻게 피었을까.

작년에 피었을때와 똑같이

꽃 잎, 꽃 술, 꽃 색깔,

흠잡을데 없이 똑같이 피었을까.

왜 똑깥이 피었을까.

다르게 피워 낼 수 있는 힘이 모자랐을까.

그건 아니겠지.

 

 

 

 

 

한 여름날

호젓하게 숲길을 걷는 맛은 일품이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바다나 계곡만 있는줄 알았던 내가 좁았다.

땀을 훔쳐주는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나무 그늘을 쉼 없이 걷는 사람에게는

몸 보다는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숲길이 지울 수 없는 감칠맛이다.

 

지난 장마에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졌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기에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았을까.

이렇게 허무하게 생명을 놓아버린 고목

그에게 생명은 어떤 의미였을까.

너도 나처럼

치열한 삶을 살다가

흔적없이 지우고 간 하나의 삶일까.

 

흥적산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을 한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산행에서 몸이 지칠만큼 지쳤다.

갈림길에서 흥적산을 다녀오려면 왕복 1시간은 넘게 걸린다.

마음은 다녀오고 싶고

몸은 지쳐있다.

 

인생은 늘 갈등의 연속이지만 항상 제 갈 길만 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끔 다른 길을 갔다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렇지않다.

당신이 지나 온 어떤 길도 남의 길을 걷지는 않았으리.

오늘 당신이 걸어가야 할 이 길도

오직 당신만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걸어 갈 밖에...

당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길은 없습니다.

 

흥적산 산행을 포기한다.

오늘은 그냥 불발현으로 간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길이다.

 

불발현 가까이 왔을때,

산문이 조금 열리고 그 틈으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참 귀한 하늘이다.

날마다 있는듯 없는듯 이고 다녔던 하늘..

산행내내 하늘을 보지 못했으니 서럽다.

 

 

불발현에 다다르니 하늘이 마음껏 열린다.

산행내내 꾹꾹 눌러 참았던 화를 마음껏 토해내고

그 자리에 긴 호흡으로 산의 기운을 가득 채운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내 가슴에 가득 찬 사랑을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의 생김새가 궁금하지도 않다.

 

 

 

 

 

 

예쁜 나비 한마리

산행에 지친 나그네의 피로를 푼다.

그윽한 눈길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생명이었다.

너나 나나 다름없는 생명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하나의 생명일뿐이다.

너와 나는 동행이다.

내 손 잡게나...

 

 

 

 

날머리..

고랭지채소가 산기슭에 가지런히 엎드려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누구의 생명을 이야기할까.

너에게 나에게

행복한 가을이 되기를 빌어본다.

무가 튼실하게 익어가는 아름다운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산행내내 내 몸에서 샘 솟듯 솟았던 땀은 내 삶이다.

내게도 가을은

땀의 향기로 속이 꽉 찬 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다.

 

 

 

* 일    시 : 2009년 8월 9일

 

* 산행로 : 운두령 - 보래령 - 보래봉 - 호령봉 - 자운치 - 흥정산 갈림길 - 불발현 - 도장골

 

* 산행시간 : 5시간 20분

 

* 산행거리 : 21km

 

* 위      치 :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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