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여라..
세미원은 경기도 두물머리 옆에 한강물이 잠시 쉬었다 흐르는 곳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누구든지 세미원에 들르면 한강물에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산책길 대부분을 빨래판으로 깔았다.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입구는 태극문양을 한 불이문으로 우리들을 맞는다.
굽이굽이 거침없이 내려오던 한강물이 잠시 쉬어가는 곳에
우리도 잠깐 걸음을 멈추고 긴 숨을 들이킨다.
인위적으로 정원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한강물이 드나드는 습지에 연꽃을 심고 물이 쉬어가게 울타리를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세미원은 화려하거나 조작된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스런 편안함이 더 많다.
물길따라 낸 징검다리 산책로가 이색적이다.
물을 가로로 건너 본 경험은 많지만
이렇게 세로로 징검다리를 따라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삶도 그렇다.
때로는 이렇게 세로로 걸어보면서 세로의 삶도 담아가야한다.
잠시 마실 나온 사람들처럼
원두막에서 자연스럽게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있다.
세미원이 내어주는 공간에서
한강물의 아름다운 의미를 제대로 느껴보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속삭임이 정겹다.
수련꽃은
조화를 만들어 물위에 띄워놓은 느낌이다.
가만히 들여보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그럴수는 없다.
마음을 씻으러 들른 이곳에서 꽃을 더럽힐 수는 없다.
다시 손을 감추고 행복한 마음만 차곡차곡 담아본다.
실잠자리 한 쌍
짝짓기에 열중이다.
네 삶은
또 다른 생식을 위하여 살고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생식의 완성을 위하여 산다.
그렇다.
세상에 살아있는 만물은
오직하나
생식을 위하여 살아가는지 모른다.
철 이른 연꽃이 핀다.
큰 연못에 듬성듬성 분홍빛 연꽃이 하늘의 이슬을 모은다.
꽃잎이 다 지고나면
구공탄 같은 연밥을 듬직하게 달것이다.
연밥이 포름하게 익어가면
나는 검정고무신이 푹푹 빠지는 연못 가장자리에서 군침을 흘린다.
그때는 연밥 한 톨이 내 삶의 이유였다.
참 실하게 살아온 삶이다.
햇살이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다 지우지 못했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물방울에 맺힌 나를 들여다본다.
살아온 세월따라
얼굴에 주름도 많이 늘었다.
주름이 늘어난 만큼 마음은 깨끗해지면 좋겠다.
아직 세월이 진 만큼 욕심을 다 덜어내지 못했다.
거미는
알고 있었나보다.
나는 거미줄에 걸린 물방울에서 다시 나를 찾는다.
연꽃이 세상을 점령한 터전에
양귀비가 작은 둥지를 틀었다.
연꽃 못지 않게 아름다운 꽃이 너였구나.
그래...
나는 꽃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가슴을 넓혀본다.
마음껏 아름다워보자.
눈물지도록 아름답게 세상을 살자꾸나.
항아리분수가
세미원의 고요함을 달랜다.
물방울이 항아리에 부딪는 소리가 정겹다.
한 여름...
뙤약볕 속에서 맞는 소나기 같다.
팔을 벌려 소나기를 다 맞고 싶다.
다음에 또 언제
세미원에 들러서 나는 내 향기를 내려놓으리라.
비록 못난 향기지만
향기 비워둔 빈 가슴에
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담아보리라.
* 일 시 : 2009년 6월 21일
* 위 치 : 경기도 양평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