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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書評

[독후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움직이는 나라, [숨은민국]을 읽고

[독후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움직이는 나라, [숨은민국]을 읽고

 

지은이: 김미영

서울대 국문과 석사, 미 노틀담대 법대 수학, 전 한동대 교수 및 조선일보 기자

발행일: 2026320

펴낸곳: 세이지 (351)

저 서: 100개의 퍼즐로 이해하는 헤커의 지문(follow the party)

 

 

1. 저자 소개와 문제의식 : '내부의 시선'으로 본 현대사의 막전막후

 

저자 김미영은 독특하고도 치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문학도였던 그는 1997년 북한의 '300만 아사 사건'을 계기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다. 미국에서 국제인권법을 공부한 뒤 언론인이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황장엽, 김영환 등 현대사의 중심인물들과 깊이 교류했다. 책 곳곳에 암시된 정보요원으로서의 궤적은 그가 일반적인 평론가들과는 다른, 한층 더 깊숙한 내부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책 숨은민국은 단순한 정치 비평서가 아니다. 저자는 대한민국 지하에서 실질적으로 국가를 움직이며,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나라를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2. '숨은민국'의 실체 : 통혁당과 민혁당, 그리고 주사파의 계보

 

"숨은민국의 국민은 누구인가?"

저자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존재 이유를 거부하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국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칭하여 숨은민국의 국민이라 부른다. 이들은 단순한 우파·좌파의 개념을 넘어선다. 저자는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역시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주체사상파들의 장기적인 체제전복 계략 중 일부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숨은민국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지하 정당은 두 개로 간추려진다. 바로 통일혁명당(통혁당)과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다. 통혁당이 숨은민국의 실질적인 지도부라면, 민혁당은 숨은민국 대중을 대거 양산한 조직이다. 이들은 불법적 비밀정당 형태였지만 실체로서 존재했고, 몸을 숨겼을 뿐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통혁당 (4.19의 사생아) : 1964년 결성되어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건설을 이념으로 삼았다. 1968년 간첩혐의로 지도부가 구속되며 공식 해산되었으나 끊임없이 재건이 시도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신영복 역시 이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인물이다. 북한은 통혁당을 치밀하게 관리했으며, 사형된 김종태를 영웅으로 추앙해 대학 이름(김종태 사범대학)까지 바꿀 정도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같은 지식인들이 이 계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말했다. (오마이 뉴스)

 

민혁당 (5.18의 적자) : 5.18은 숨은민국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다. 과거 4.19 세대가 북한의 공작과 자각적으로 거리를 두려 했다면, 5.18 세대는 반대로 북한과 적극적으로 연계되기를 원했다. 이 세력들은 40년 이상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군림하며, 한국 사회의 전방위를 장악했고, 탄핵 정국을 거치며 그들만의 견고한 공동체를 더욱 강화했다.

 

3. 변하지 않은 대부와 갈라진 세력들

 

대학생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강철서신'의 주인공 김영환은 1990년대 민혁당 창당 후 북한에 잠입해 김일성을 만나며 지하당의 대부가 되었다. 이후 1999년 김정일 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전향한 것처럼 보였으나, 저자는 1986년의 김영환과 1999년의 김영환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영환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의 정통성도 적극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의 뿌리가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세력은 두 갈래로 분파된다.

 

원조 민혁당 그룹(김영환, 황장엽 계열)

인본주의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보수 진영에 편입된다. 하태경, 신보라, 허현준 등을 현실정치에 진입시켰으며, 김무성, 유승민, 이준석, 오세훈 등과 연대하여 '바른정당'을 거쳐 국민의 힘에 합당했다. 이들은 정통 보수우파를 '극우'로 몰아가며 부정선거 규명 요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재건 민혁당 그룹 (하영옥, 이석기, 통진당 계열)

김일성 주체사상을 고수하며 김영환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이들은 이재명과 연대하여 그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당선시키며 세력을 키웠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당 등으로 재편된 이들은 2024년 총선에서 5석을 확보했고, 2025년에는 사실상 핵심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2025년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원조 민혁당, 재건 민혁당, 그리고 임종석 등 범민주계열은 다시 손을 잡고 '반윤진영'을 구축했다. 이들은 1948년 이승만 건국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정통 우파를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고, 부정선거 규명론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며 대한민국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틀어쥐었다.

 

4. 맺음말 : "22세기에도 대한민국은 살아있을까?"

 

책을 덮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는 무겁고 답답한 두려움을 떨치기 힘들었다. 저자가 제시한 촘촘한 사례와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시스템만 보고 있을 뿐, 알맹이는 이미 '숨은민국'의 거대한 각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통탄할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는 정치는 상식을 완전히 궤도 이탈해 있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외톨이 외교,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초법적 발상, 그리고 마치 자판기에서 찍어내듯 쏟아내는 범법적인 입법독재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

 

여기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적 수단은 오직 '선거'뿐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보루인 선거마저도 끊임없는 부정 시비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득권 권력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방해하고 있다.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모두 사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쉽게 덮어버릴 수 없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22세기에도 대한민국은 살아있을까."

책의 부제가 던지는 이 서늘한 질문에 소름이 돋는다. ‘숨은민국주체들이 기획했던 공산주의 건설이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깊숙이 침투해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정치, 사법, 언론, 교육 등 그들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체제 침탈의 역사를 똑바로 직시하는 것,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저항하는 것 외에 이 짙은 어둠을 걷어낼 방법이 또 있을지, 깊은 고뇌와 과제를 남기는 책이다.

 

 

2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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