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은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도 우수하다. 인간은 최고의 지적능력과 육체적 능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한 능력으로 수만 년 동안 수렵생활로 삶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대인은 땀 흘려 달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과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원시인들처럼 달리기를 한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달리기에서 또 다른 삶의 에너지를 얻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기에 접근하려고 문지방을 넘는데 꽤 많은 망설임이 필요하지만, 첫 문지방을 넘어 달리기 맛을 보게 되면 쉬 물러서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달리는 본능이 잠재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달리기 붐이 일었다. 강변 산책로나 운동장 등 달릴 수 있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달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주말에는 대회장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달린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가리지 않고 달린다. 코로나 시절에 단체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혼자 운동할 수 있는 달리기가 선호되어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셈이다. 이러한 붐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것을 보니, 지금으로서는 대체 불가 운동이 되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해당하는 달리기 붐은 쉬 가시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을 것이다. 달리기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경쟁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지나친 욕심은 부상을 불러올 것이고, 지나친 경쟁은 스스로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달리기는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연습이다. 그 연습을 통해서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속도를 잘 가늠하여, 더 빨리 달리는 것보다 바르게 달리는 것이 더 소중한 가치다. 달릴 때마다 육체적인 건강을 생각하지만, 마라톤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매 번 한계를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굳건한 도전의식과 끝없는 성찰을 통하여 우리는 무한의 겸손을 배운다. 마라톤이 분명히 육체적인 운동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신적인 겸양으로 가득 채워져 지고지순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진정한 자유를 얻는 호연지기를 경험하게 된다.
[일 시] 2025년 8월 31일
[장 소] 양재천, 한강 일원
[기 록] 2시간 38초(1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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