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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북한산

뚜벅뚜벅 오고 있는 가을을 밀쳐내지 못하는 듯, 산에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생화들이 막바지 에너지를 충전하느라 난리다. 역설적이게도 날씨가 무더울수록 햇볕도 강하다는 사실이 8월을 건강하게 매듭짓고 있다. 그에 반해 짙푸르던 낙엽들은 총기를 잃고 빛바랜 모습이 드러 보인다. 그들도 가을을 준비하는가 보다.
 
나의 여름은 건강한가. 나름 열심히 부대끼며 설치기는 했다만 가을에는 뭘 담을까. 딱히 집히는 게 없다. 단단히 벼르고 건져 올렸지만, 구멍이 나 텅 빈 그물처럼 별다른 소득 없는 가을이 될 것이다. 나의 그물에도 구멍이 났지만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서둘러 구멍을 꿰매지도 않을 것이다. 구멍이 나서 물고기들이 그만큼 자유를 얻었을 테니 굳이 그 행복을 내가 가져야 할 이유는 없잖은가.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고래가 걸려들 수도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자. 마당에 뿌린 좁쌀을 닭들이 다 쪼아 먹어서 먹이를 뺏긴 참새들처럼 짹짹거리지 말자.
 
거미줄을 단단하게 여민 거미는 보무도 당당하게 헛기침 소리가 커진다. 그에게도 8월은 가을 수확에 대비하여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 계절이다. 어떤 놈이 걸려들지 알 수는 없겠지만, 거미줄에 구멍이 나더라도 조급해하거나 속상해하지 마라. 뜻하지 않게 참새가 걸려들 수도 있잖아.
 
진초록 이파리들이 폭염에 덧씌워져 잠시 흐려진 기억에 힘들어하지만, 맴맴 울어대던 매미 목청이 가늘어지고, 이내 찬바람 불면 더 깐깐하게 단풍으로 물들 거야.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제 나도 그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매미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단풍을 기다리는 나의 가을은 한층 높아진다.
 
[산행 일시] 2025년 8월 10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북한동 - 중성문 - 청수동암문 - 삼천사 계곡 - 삼천탐방지원센터(10.5km)
[산행 시간] 5시간 30분
 

꼬리조팝나무
사위질빵
누리장
꿩의다리
털여뀌
머루
금마타리
쥐손이풀
짚신나물
닭의장풀
숙은 노루오줌
쑥부쟁이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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