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隨筆, 散文

[時論] 일본은 망하는가

반응형

 
 

 
2023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5,793 달러이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6,194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앞섰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일본에 앞섰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지만 현실이 되었다. 이에 더해 2024년 1월부터 한국과 일본은 수출 총액에서 세계 5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2024년 5월 수출액이 581억 5,000만 달러로 일본을 추월했다.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일본의 엔화가 평가절하 되고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인 쇼크에 의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 총액 비교에서도 일본의 인구가 한국에 비해 2.5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총액이 엇비슷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일본의 수출액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경우 세계 각지의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서 단순 비교는 통계적 한계가 있다. 1990년대 초 세계 경제 2위를 굳건하게 지키며 전 세계 생산량의 17%를 차지했지만, 2023년 말에는 겨우 4%에 불과하다. 일본이 이렇게 맥없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일본의 경제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일본의 경제성장은 30년 이상 저성장의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졸 초임의 경우도 한국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일본 기업 중에서 세계적인 리더였던 가전, 반도체, 조선, 제철 등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한국에 뒤쳐지고 있다. 이제 겨우 자동차 기업만 남아 일본의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 그나마도 전기차로 급속하게 전환되는 추세에서 일본 자동차도 곧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일본은 1990년대 디지털 전환시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실기했다. 그들이 가장 잘하던 아날로그 시스템을 자랑처럼 끌어안고 굳게 지켰다. 당시에 내수 시장이 탄탄하게 받쳐 주니까 굳이 글로벌 추세를 쫓아가지 않아도 기업 경영에 큰 애로가 없었다. 1970년대 일본의 기업들이 승승장구할 때, 전 세계 기업 연구가들은 일본의 장인정신과 종신고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장인정신은 족쇄가 되어 디지털 산업화로의 전환에 대한 걸림쇠가 되었고,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참여기회를 박탈하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이 되었다. 그들은 자국 내에서 내수시장에 만족하였기 때문에 장인정신으로 무장하면 두려울 게 없었으므로 굳이 디지털이라는 어렵고 번거로운 버스를 갈아 탈 이유가 없었다. 그 시간이 굳어지다 보니 아직도 메일보다는 팩스를 선호하는 편이 많다. 일부 대학 교수들 중에도 메일을 이용할 줄 몰라서 팩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본 경제에서 가장 큰 애로가 되고 있는 요소 중에 저금리를 들 수 있다. 2016년 이후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구현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저금리의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일본경제의 여러 부작용이 잉태되기 시작한 것이다. 1985년 미국의 공격적인 환율정책에 따라 엔화 가치가 절상되고, 그 여파로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져 일본 정부에서는 기업 보호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시중에 풀린 자금은 은행으로 들어가 건전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증권이나 부동산 등에 몰렸다. 금리 부담이 없다 보니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광풍이 불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 인상 조치 및 대출 규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기성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부동산 값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경제의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하여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정부는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 자금을 끌어들임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는 등 적당하게 통제하고 싶어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이나 기업들은 장기적인 저금리에 오랫동안 적응해 왔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될 경우 또다시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자칫 일본 경제가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고물가를 방어하는 등 공격적인 금융정책을 펴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데도 일본은 벙어리 냉가슴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인건비가 인상되지 않고 물가는 높아지고 있으니 시민들은 상대적 빈곤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못 사는 나라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본의 엔화는 계속 가치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반등할 수 있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버텨내겠지만, 엔화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고 근본 가치가 절하된다면 일본의 수입 단가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브레이크가 없다는 현실이 암담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일본의 기업들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이웃하고 있어서 역사적으로 반목이 많았으며, 한 때는 식민 지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경제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하여 신이 나지는 않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에 기대어 기술을 배우고 열심히 노력하여 성장해 왔지만, 막상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니까 옆에 서서 우쭐거리고 싶지는 않다. 최근 가십거리로 떠도는 기사들 중에 일본 여성들이 한국으로 성매매를 하러 온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일본이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여 미래의 파트너로서 아웅다웅 함께 성장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무려면 일본이 무너지기야 하겠어' 라며 곱씹어 보지만 개운치가 않다.

728x90

'隨筆, 散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먹는 괴물 - T money  (9) 2024.07.18
행복  (10) 2024.07.10
푸른 오월  (12) 2024.06.19
[時論]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단상(短想)  (10) 2024.05.24
테스 형  (9)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