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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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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에 상고대가 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무등산에 오른다. 무등산에는 두 번 오른 적이 있는데, 그중에 한 번은 환상적인 상고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겨울만 되면 무등산 앓이를 한다. 몇 해가 흘러서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무등산 오르는 길. 화순 이서 분교 들머리에서 올려다보니 정상에 하얀 모자가 써져 있다. 낯 선 바람에 삐죽빼죽 일렁이는 윤슬을 닮은 가슴이 잔잔히 흔들린다.

무등산에는 입석대와 서석대를 비롯하여 신선대와 광석대까지 포함하면 4곳의 주상절리대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에 신선대는 가 보지 못하고 3곳을 관찰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광석대를 지나 입석대에 이를 즈음 하늘이 열리고 따뜻한 햇살이 몸속으로 체득된다. 서석대를 올려다보니 하얀 모자가 벗겨져 상고대가 사라지고 있다. 만나지 못할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석대 정상에서 중봉으로 하산하는 길은 음달이어서 상고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중봉으로 내려서는데 상고대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오랫동안 막연하게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기다려 온 친구여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정신없이 셔트를 눌러대며 회포를 나눈다. 순간의 환희를 어떻게 주체할 길 없어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았다.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꺼내 볼 수 있도록 파일명을 선명하게 새기고 단단히 저장해 둔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하산하는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친구가 좋다 해도 서로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고 자기만의 둥지가 있는 법. 오늘의 인연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다음에 더 애닯은 마음으로 서로를 기다리며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생을 이어가는 순리임을 받아들이자.

무등산 상고대가 내어주는 날숨에서 농도 짙은 겨울 향기를 느낀다. 서석대 상고대는 꾸밈보다 더 귀한 여백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그런 까닭을 알게 되는 나의 마음이 한결 가볍기만 하다. 다시 만나는 날, 나는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무채색의 향기를 지닌 당신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다.


[산행 일시] 2023년 1월 28일
[산행 경로] 화순 이서분교 - 도원마을 - 광석대(규봉암) - 지공너덜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중봉 - 중머리재
- 증심사 주차장(12km)
[산행 시간] 4시간 30분

서석대
광석대(규봉암)
석불암
입석대
서석대 정상
서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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