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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청광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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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 보면 수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문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정말 문제가 된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에서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얼마나 될까.

난제에 부딪혔을 때 혼자만의 호흡으로 산길을 걷다 보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산을 오르면 먼저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한다.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 경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나면 차츰 안정감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가슴이 비워지고 머리도 단순해진다.

복잡했던 잡생각들의 가지들이 잘리고 나면 그동안 문제였던 문제들도 단순화되어 선택과 결론을 집중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청광 종주 장거리 산행길에 나섰다. 족히 5년은 된 듯하다.

산행 시작하기도 전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고, 능선 길에는 바람이 많아 적잖은 장애물이 되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발자국에 꾹꾹 눌러 담으며 걷는 길에는 의외의 가벼움도 있었다. 광교산 형제봉에 다다랐을 때 수원 친구들의 마중을 받아 행복했다. 산 중에서 어떻게 만날까 막막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우주선 도킹하듯 기쁜 일이었다. 긴 거리를 뚝심 있게 함께해준 친구가 있어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산을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걷는 것이다.

오늘의 시간은 또 하나의 산이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새긴다.

산이든 인간이든 내 생각과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 준다면 다툼도 없고 시기할 일도 크게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더라.

산중에서 만난 오색딱따구리는 이미 알고 있었든 듯 다닥 다다닥 다다다닥 다닥거리고 있었다.

 

[산행 일시] 2022년 3월 5일

[산행 경로] 양재동 화물터미널 - 옥녀봉 - 청계산 매봉 - 이수봉 - 국사봉 - 하오고개 - 발화산 -바라산 - 백운산 -

               광교산 시루봉 - 형제봉 - 상현역(28km)

[산행 시간] 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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