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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서둘렀던 마음.
겨울을 빨리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엊그제까지만해도 가을의 뒷문을 닫기 싫어서 밍기적거렸는데,
등짝을 쓸어내리는 한기가 예사롭지 않아 곧바로 겨울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월의 흐름을 꺽을 수 없다면 빨리 받아 들이는 것이 지혜라 생각했다.
소백산은 아직 겨울채비를 갖추지 않았다.
눈꽃도 없었고 상고대도 보이지 않았다.
볼기짝을 떼어낼 듯한 바람도 아직은 본성을 감추고 있는듯.
가을과 겨울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고 객들을 맞는 모습에 조금은 미안함을 느낀다.
괜스레 성급했던 마음을 들킨듯해 조금은 겸연쩍다.
하지만 비로봉으로 오르는 등로에서 맞는 칼바람.
그 예리함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어쩌면 소백산에 오르는 이유가 칼바람을 맞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내게 맞닥드려진 모진 겨울.
그를 이겨내기 위하여 나는 바람이 필요했다.
칼바람.
굳건하게 버텨내자.
* 일 시 : 2017년 12월 2일
* 산 행 로 : 어의곡리 - 비로봉 - 천동리 갈림길 - 천동리(12.3km)
* 산행시간 : 3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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