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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행복의 척도를 다시 한 번 가늠해 본다.
간만 맞춘 따뜻한 미역국과 단무지 무침 서너 조각
그리고 밥
젖가락이 필요없는 한 끼
행복한 마음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요리는 의미없다.
해발 1,200 미터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미역국 한 끼.
참 행복했다.
폭 40cm 너비의 관 보다도 더 좁은 잠자리.
봉점암에서는 잠자리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기도하는 도중 잠시 쉬라는 의미로 작은 요를 내 놓는다.
다리를 펼 수도 어깨를 펼 수도 없는 잠자리
산을 오르느라 지친 나그네의 우렁찬 코골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환경에서도 잠을 청하면 잠이 온다.
그래도 비를 피할 수 있으니 행복이다.
하늘이 시끄러워 고단한 잠을 깨워 밖으로 나오니 깜깜한 새벽에 비가 내린다.
나는 비를 피하고 곤히 잠들어 있었으니 이만한 다행이 있으랴.
참 행복했다.
나는 안다.
며칠만 속세에서 머물다보면 어느새 불행의 늪에서 허느적거리고 있음을.
세상이 불편하거나 힘들거든
봉정암에 올라 나를 보자.
왜 내가 행복하지 못한지를 가늠해보자.
'一切惟心造'
* 일 시 : 2017년 7월 1일(1박2일)
* 산 행 로 : 용대리 - 백담사 - 수렴동대피소 - 봉정암 - 대청봉 - 봉정암 - 백담사(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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