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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여남은 살 초봄
사방공사 가셨던 아버지께서
산딸기 나무 몇 그루 캐 오셔서 채전 밭 울타리에 심었다.
그 해 여름 목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산딸기는 열리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산딸기가 조롱조롱 열렸었는데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떫은 맛이 가시지 않았던 산딸기를 하나 둘 따 먹다보니
정작 단 맛이 들 때쯤에는 산딸기 꼭지만 남아 있었다.
한 여름
모내기 철에 중참이나 하려고
어머님께서 술 한 동이를 담으셨다.
사흘쯤 지나면 술이 익느라 술독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거품이 퐁퐁 터질 때마다 술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아직 익지도 않은 찌개미를 종재기로 떠서 오물오물 씹고는 밷어냈다.
그 술이 다 익기 까지는 일주일이면 되는데
그 일주일을 기다리지 못했던 아버지는 술이 익을 때쯤에는 독 밑바닥을 긁으셨다.
월악산 등로에는 유독 산딸기 나무가 많다.
산행 중에 그 옛날 아버지가 심으셨던 산딸기 나무를 떠올렸다.
그리고 향기 가득했던 아버지의 술독이 따라온다.
나는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아버지께 잘 익은 술 한 잔 대접하고 싶다.
* 일 시 : 2016년 6월 18일
* 산 행 로 : 수산리 - 보적암 - 하봉 - 중봉 - 영봉 - 마애봉 - 덕주사(11km)
* 산행시간 : 5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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