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산/이끼폭포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 우산을 받쳐들고 산행을 떠난다.
계획대로 산에 오를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작정 떠난다.
산에 오르지 못하면 어쩌랴.
어차피 삶은 계획한대로 살아갈 수는 없잖은가.
내게 주어진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다행히 강원도 경계를 접어들면서부터는 빗줄기가 다소 순해지는 느낌이다.
이대로 비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삼척에 도착하니 새벽에 비가 내린 흔적이 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다.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육백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등로로 이어진다.
습한 기온 때문에 비오듯 땀을 흘린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이제는 비가 내려도 두렵지 않다.
내게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자주 다니는 등산로가 아니어서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 일쑤다.
어수선하지만 그때마다 등산로를 바로잡고 제 길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말이 없다.
산에 오르는 우리들이 자신들의 허물은 모른채 산 길을 탓할 뿐이다.
오늘 지나고 내일이면 산은 또 그대로 일 것이다.
하산 길.
중턱 쯤 내려왔을 때 이끼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잔뜩 기대감을 부풀려서 폭포를 만났다.
폭포의 규모가 기대만큼은 아니다.
다만 파란 이끼가 도배하듯 깔려 있어 이색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이다.
장구한 세월 이끼가 바위에 붙어서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일까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도도하게 자기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 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이끼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겠다고 혼자 떠났다.
버스가 출발하려는데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긴장한 기색으로 찾아보지만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날은 어두워지고 조급함이 많아질 무렵 간신히 핸드폰으로 잠시 말문이 열렸다.
소동이 한참 길어진 후에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계곡으로 하산 하다가 폭우가 내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감일까.
아니면 자만심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끼폭포의 유혹이었을까.
* 일 시 : 2013년 7월 13일
* 산 행 로 :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 육백산 - 응봉산 삼거리 - 용소골 - 이끼폭포 - 무건리 - 소재말
* 산행시간 : 7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