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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운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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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별 기대없이 올랐는데

정상부에는 제법 운치있는 동양화 병풍이 펼쳐진다.

단 한 번 눈에 담으면 사라질 그림 한 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보지만 성이 차지 않는다.

자연이 그려내는 그림을 마주하면 가슴이 맑아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이 그렇다.

삐쭉삐쭉 하늘 높이 솟아 올라 경외심을 갖게 하기 보다는

조용히 그리고 멀리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자랑하지 않고, 우쭐거리지도 않는

그저 겸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성품이 느껴진다.

 

운악산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그러한 정경이다.

구름 저 너머 어딘가에 신선이 알밤을 구워서 다람쥐와 나눠 먹는 모습.

산 가재가 제발로 걸어 나와 기우뚱 거리는 모습을 보며 식욕을 느끼기 보다는 흥이 돋고

눈 속에 묻혀 온기를 내며 고개를 내 민 파릇한 산약초에서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곳.

손가락 끝 거기.

무엇을 행하기 보다는

무엇을 얻기 보다는

그냥 머물러 있어서 저절로 행복한 곳.

내가 찾아가면 무지개처럼 사라질 그 곳.

욕심을 내어 찾아가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

그곳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내 마음 속에 있다는 사실을 산에서 깨닫는다. 

 

내가 산에 올라와 제법 폼을 잡고 잠시 신선이 되어 본다.

그 순간 나는 신선이다.

삶 속에서 내가 신선이 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이다.

도시 속에 묻혀 살면서도 신선이 되는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나는 신선이 된다.

 

 

 

 

 

 

 

 

 

 

 

 

 

 

 

 

 

 

 

 

 

 

 

* 일      시 : 2013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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