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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남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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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

 

겨울이 시작될 때부터 산에서 산호초를 찾으러 떠난 여정이었다.

번번히 실패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남덕유산 들머리에 들어서면서도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태연한 척 했다.

이제는 한 번 쯤 보고싶다.

하늘에서 내린 하얀 산호초를 만나면 나는 소원을 한 땀 한 땀 담을 것이다.

호흡을 몰아쉬며 가파른 첫 등로를 올랐다.

능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서 잠시 삶을 되물어야만 했다.

산에서 산호초를 찾고자 했던 한 사람이 널부러져있다.

웅성거리는 틈으로 삶의 경계를 들락거리고 있다.

나의 거친 호흡을 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미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일을 어쩌랴.

발 길을 옮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는 이기적이게도 가던 길을 이어간다.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을 증오해야 하나.

응급처치를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기심을 포장하며 위로한다.

한 시간 가량 한기를 더 이어갔을까.

산호초를 만날 수 있었다.

고산에서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하얗고 숭고한 빛.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 탄성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구나.

그냥 이렇게 만난 것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살자.

 

바람이 험하다.

그 바람을 뚫고 헬기가 붕붕거린다.

헬기가 이렇게 늦게 뜨는 걸 보니 ..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발 미약하게나마 호흡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호초는 다음에 봐도 되잖아.

영원히 보지 않은들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삿갓재 대피소에서

사경을 헤매던 그 사람은 운명을 달리 했다고 전해주던 국립공원 직원.

우리들에게도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그가 미웠다.

좀 좋은 소식 전해주지...

 

많은 것을 생각 해 보는 하산 길.

산도 좋고

산호초도 좋지만

내 삶은 어떤 경계이어야 하나.

맑고 검소하게

소박하고 담백하게 경계를 허물고 싶다.

 

 

 

 

 

 

 

 

 

 

 

 

 

 

 

 

 

 

 

 

 

 

 

 

 

 

 

 

 

 

 

 

 

 

 

 

 

 

 

 

* 일      시 : 2013년 1월 12일

 

* 산 행 로  : 영각대피소 - 영각재 - 남덕유산 정상 - 월성치 - 삿갓봉 - 삿갓대피소 - 황점

 

* 산행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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