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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눈을 찾아 떠난 길.
눈은 이미 어디론가 떠났다.
멀리 찾아 온 객들을 그냥 떠나 보낼 수 없어 맛보기로 바닥에 조금 깔아 놓았다.
산에 오르자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이다.
눈을 보러 온 것인가?
아니면 산에 온 것인가?
꼬집어 말 하면 눈을 보러 산에 온 것이다.
가파른 길에서 호흡을 몰아가면서 나는 새삼스레 자신을 찾아냈다.
나는 산에 온 것이다.
맑은 공기와 눈부신 태양, 세상을 다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조망.
뭘 더 찾는가?
뭘 더 바라는가?
나에게로 간다.
머무른다는 것은 아픔이다.
내가 가야 할 길에
더 처절한 고뇌가 있을 줄 알면서도
일어서야 한다.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잠시
휴식을 핑계로 퍼질러 앉아 있을 수는 있겠지만
머무른다는 것은
떠나는 것보다 더 큰 아픔인줄
나는 안다
산을 항하여
머무를 수 없어 떠나 온 길
끝을 알수 없는
되돌아 올 수도 있는 길이지만
두려움은 없다
나를 떠나서
나는 나에게로 간다.
* 일 시 : 2012년 11월 25일
* 산 행 로 : 화방재 - 새길재 - 유일사 - 장군봉 - 천재단 - 부쇠봉 - 문수봉 - 단군성전 - 당골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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