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바람개비가 쉬지 않고 울어댄다.
그만큼 바람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해마다 한 두번 찾아가는 익숙한 곳이지만 올해는 겨울 초입부터 눈이 많이내려 내심 멋진 눈꽃을 기대했었다.
하얀 산호초 같은 상고대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었는데 아쉬움만 가득 채웠다.
아무에게나
언제나 보여주지는 않는가 보다.
그것은
인간의 기대나 각본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만난다는 것은
내가 그를 만나러 가서 만나기 보다는
내가 그에게 가다 보니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다짐을 하자.
양떼목장 울타리를 따라 올라 가는 길
단 한 마리의 양도 보이지 않는다.
추위를 피해서 마굿간에 움츠려 있을까.
눈을 보러 왔다가
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을 하기에는 좀 겸연쩍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을테고
우리는 우리들의 질서를 따라 이렇게 추운 겨울에 눈을 밟고 있는 것이다.
선자령 정상부에는 역시 바람이 세다
윙윙거리는 바람개비는 어떻게 저 바람을 다 견뎌낼까.
간혹 한 두개는 바람에 맞서서 저항하느라 바람개비를 돌리지 않는다.
누가 이기나 두고보자.
고장 난 것일까.
그렇다면 사람이 진 것이다.
그렇다.
자연을 이길 수 없음을 새기자.
이기려 하지도 말자.
순응할 수 있음을 행복으로 알자.
* 일 시 :2012년 12월 9일
* 산 행 로 : 대관령휴게소 - 국유림관리소 - 양떼목장 - 풍해조림지 - 정상 - 새봉 - 통신중계탑 - 국사성황당 - 대관령휴게소
* 산행시간 :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