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운악산 마루에 가을이 물들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찬사를 쏟아내는 가을에 스티브잡스는 세상을 마감했다.
엄청난 부를 이루고
인류를 위하여 혁신적인 업적을 남기고도 부족함이 있었을까.
무엇을 더 찾으려고 이렇게 서둘러 떠났을까.
아직 젊은 나이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을텐데,
미련없이 모두 버리고 훌훌 떠났을까.
죽음이란
삶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지극히 자연에 순응 할 수 있는 시스템인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후손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하여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말 없이 떠났단 말인가.
그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천재를 잃었지만 슬프지는 않다.
다만 허전 할 뿐이다.
산에 오르면
삶과 죽음의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발자국마다 세상 모든 근심을 털어내고
오늘 하루 편히 숨 쉴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다.
삶에 있어서 어제와 내일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근심을 돋워내는 촉매재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오직 오늘,
이 순간 만이 최고의 선이며 미덕이다.
오늘
산에 오를 수 있고
생각 할 수 있고
말 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울 수도 있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남을 위하여 배려 할 수 있고
어제가 있었다는 것을
내일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죽음은 두렵지 않다.
운악산
그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 일 시 : 2011년 10월 3일
* 산 행 로 : 현등사 - 코끼리바위 - 남근바위 - 동봉 - 서봉 - 현등사
* 산행시간 :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