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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詩, 詩 調

행복합니다

by 桃溪도계 201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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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뜬금없이 와인을 꺼내들고

배시시 웃을 줄 아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가끔은 전기를 끄고 팔뚝만한 촛불을 켜 놓고

깊어가는 밤을 기도로 맞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심한 두통으로 세상과 단절 된 듯이 끙끙거리면서도

설거지를 걱정하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훔칠 줄 아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옥상에 작은 상자로 텃밭을 만들고

상추며 고추를 심고 이웃과 나누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향기가 없을 것 같은 작은 꽃잎에게

가슴을 내밀고 향기를 얻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까만 밤하늘에 별이 송송 돋을 때마다

시인이 되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분홍 진달래가 곱게 피면

나뭇지게에 진달래를 꺾어 오던 아버지를 떠올리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여름밤 시골길을 달릴 때마다

개구리소리를 듣자며 창문을 열 줄 아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늦가을 몇 남지 않은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철모르는 철학자가 되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솔가지에 눈이 푹푹 쌓이는 날에는

무구덩이에서 무를 꺼내어 아삭아삭 먹었던 일을 회상하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어깨가 축 쳐진 남편에게

힘들면 자신이 돈 벌어 오겠다며 큰 소리 치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다른 여자들이 힐끔거려도 한 눈 팔지 말고

자기만 쳐다보라며 앙앙거리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남편이 가면 어디든 따라 간다며

힘들게 산을 따라 오르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브래지어를 풀고 자신의 몸매가 S라인 아니냐며

거울 앞에서 너스레를 떠는 임자는 행복합니다.


이웃에게 정을 베풀 줄 알고

작은 일에도 마음껏 웃을 줄 아는

임자와 함께 걷는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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