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봄을 맞으러 바람이나 쐴까.
그렇게 훌쩍 떠난 여정이었다.
가끔은 계획이나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 더 맛깔스러울 때도 있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온전히 바닥에 내려놓고 떠나기 때문이리라.
서울에서
아무생각없이 차를 몰면
차는 생각이나 한 듯 동쪽으로 머리를 돌린다.
나도 차를 따라 간다.
길이 끝나는데 까지 가면 바다에 닿는다.
속초 대포항에 다다랐을 때는 노을이 설악산을 기웃거리는 해거름이었다.
물 빛 고운 대포항은 왁자지껄하게 밤을 맞는다.
바다도 사람을 좋아하나?
사람이 바다를 좋아하나?
그것은 아니었다.
돈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풍경이었다.
좀 느긋하게 봄을 맞으려 했던 行者도
돈을 구하기 위하여 자꾸만 영악해져 가는 사람들을
처음에는 찡그리며 보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편안하게 보여졌다.
行者도 사람인 까닭이다.
인제군 용대리 숲 속,
민박을 정하여 들어가는 길.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깜깜한 밤에,
차는 눈 길이 미끄러워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버틴다.
어쩔 수 없다.
갓 길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함께 밤 길을 걷는다.
여행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며
그것을 극복해 내는 맛도 깔깔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깊은 골짜기에서 불빛을 발견하는 기쁨.
그것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미리 각색되지 않았기에 더 흥미롭다.
봄을 맞으러 갔던 여행길에서
다시 봄을 묻어두고 돌아오는 길.
민박집 주인 내외는 떠나는 길손에게 큰 항아리 뚜껑을 열어 아쉬움을 한 종지 퍼 담는다.
우리는 3년을 묵혔다는 새까만 간장을 받아들고 웃었다.
그들도 웃었다.
결국,
우리가 잠시 묻었던 봄을
주인 내외는 다시 간장통에 담아 보낸 것이다.
돌아오는 길.
봄 빛은 따사로웠다.
봄을 기다리고 있을 소양강에 들렀다.
넓은 강은
내 마음을 조금은 아는 듯하다.
그래..
세상을 좀 더 넓게 보자.
나 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해보자.
그리고
항상 존경하는 마음으로 너의 말을 듣자.
* 일 시 : 2011년 3월 13일
* 기 행 로 : 속초 대포항 - 인제 용대리(권가락지 1박) - 소양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