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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청도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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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5일장

 

사라져 가는 풍경 하나.

4일과 9일을 손꼽아 기다리면 청도장이 선다.

한 때는 세상에서 제일 큰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상설시장에 밀려서 한가한 장이 서는 정도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한때는 그들도 젊었었다.

5일장도 그들을 따라 많이 늙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사장을 보려면 청도장을 기다려야 한다.

상설시장에서는 팔지 않는 상어 돔베기와 갖가지 조기들을 사기에는 이곳이 제격이다.

또 하나

상설시장에는 팔지 않는것.

상설시장에서는 팔 수도 없는것.

다름아닌 인심 후한 정이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아직 순박한 때를 다 벗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어리숙한 순정이 있고

돈을 다 주고 사도 싸게 싼 듯한 행복감이 깃든다.

 

귀한 약초며 나물들은 꼭 여기에서만 팔 것 같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연세가 70세는 훌쩍 넘었을 할머니와 부자 두뿌리를 내 놓고 흥정이 이뤄졌다.

한 뿌리당 만 오천원을 달라고 하기에

만 삼천원에 깍자고 했다.

할머니께서는 손해 본다는 심사를 내 놓으며 안된다고 한다.

두뿌리에 이만원으로 흥정을 걸었다.

할머니께서 손사레를 치면서 화를 내는 듯한 인상이 사뭇 귀엽기도 하다.

다음에 사야겠다고 일어서려니까 눈치를 살피며 바지를 잡는다.

이만원에 두뿌리 다 가져가란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사고 싶지만

만 이천을 주고 한 뿌리만 사왔다.

할머니 한테는 내가 다 사 주면 좋겠지만,

부자를 찾을 또 다른 사람을 위해 한 뿌리는 남겨둬야 할 것 같았다.

시골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밀고 당기는 흥정을 하는 여유와 낭만이 있어서 좋다.

 

5일장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살림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오래도록 시장의 향기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의 삶에서 가끔은 이런 공간을 만나고 싶을 때마다 불쑥 걸음을 나설 수 있는 시골장에서는 향수가 어린다.

청도장에서 살아가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숱한 아픔이 묻혔을 가슴에도 어김없이 봄은 온다.

5일장을 돌아 나오는 발걸음에도 봄이 툭툭 걸린다.

가벼운 발걸음이 행복인줄 아는가보다.

 

 

 

 

 

 

 

 

 

상어 돔베기

 

 

 

 

 

한약재로 쓰이는 부자

 

 

 

* 일     시 : 2011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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