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마라톤 여정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가끔은 국내를 떠나 국외로 눈을 떠 보는 것도 여행에서는 놓칠 수 없는 별미다.
이번 여행은 평소 함께 마라톤을 하며 의지를 다져왔던 지인들이랑 친구와 함께 떠난 여정이다.
일본 여행도 처음이며,
국내를 떠나 외국에서 주최하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일도 처음이다.
마라톤을 위한 여행인지
여행을 위한 마라톤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는 일이다.
일본은,
아니 동경에 대한 첫 느낌은 깨끗함이다.
오밀조밀하게 퍼즐처럼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 선 건물들과, 다소 좁게 느껴지는 도로가 거미줄처럼 세밀하게 엉켜있다.
개미처럼 부지런한 일본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그에 반해 현대식 건물들은 큼직하고 조각품을 연상하리만치 예술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과 별반 다를게 없으나
가로수를 분재처럼 관리하는 모습에서 대단히 깨끗하고 세밀하게 느껴져 생경스런 느낌이었으나
이삼일 지나면서 금방 실증이 느껴진다.
가로수는 너무 인위적으로 다듬어져 있고
사람들의 보행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보다는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는 장난감 병정 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하는 동안
'일본은 어떤 고민으로 부터 벗어나려 할까' 를 많이 생각했다.
동경은 건물이나 도로가 너무 답답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생각도 편협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점철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남에게 피해주기를 엄청나게 싫어한다.
그것은 자신도 남으로부터 작은 피해나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에게 간섭하기를 좋아하고 남에 대한 작은 피해는 선처를 바라는 마음이 많다.
어떻게 보면 무례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도 그렇게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반증이므로 일본과 비교되는 점이다.
일본은 그들의 열등과 한계를 넘어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는 듯하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포화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더 발전하고 싶지만
더 발전하기 어려운 일본의 미리래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최근에는 경제력이 중국에 밀리면서 더욱 초조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 제품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작년 년말에는
한국의 한 회사가 만든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하여 2~3개월을 예약하고 기다렸다는 가이드가 전해준 말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셰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일 것이며,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우의를 입고 정원수를 관리하고 황궁 뜰에서 풀을 뜯는 모습에서
얼핏 보기에는 자기의 맡은 소임을 다하는 부지런한 일본인 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돌아서면서 틀렸다는 생각을 했다.
비 오는 날에는 쉬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서인데, 그들은 쉬지 않고 일한다.
그 모습에서 그들은 융통성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런 좁쌀같은 융통성으로는 세계를 제패할 수는 있으나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일정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일본을 관찰하고 탐구하러 떠난 공무원 같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우월성을 확인해야겠다는 내 생각의 잠재 같은 것은 아닐까.
일본..
그들은 여전히 따라잡기 힘든 선진국이며,
기술과 열정이 우하고 단결이 잘 되고 부지런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쉽게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들에게서 한계를 배우고
피할 수 있는 길을 하루빨리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도 몇 년 후에, 또는 몇 십년 후에는
앞길을 열지 못해 답답한 한국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 일 시 : 2011년 2월 26일부터 2월 28일(3일간)
* 여 행 지 : 동경마라톤 코스 주변의 유적지 및 동경시내
* 여행기획 : 에스앤비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