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제 6회)
달리기를 한다기 보다는 얼마나 정직 하였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마라톤은
준비한 만큼만 달릴 수 있다.
잔꾀나 새치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 마라톤이다.
지난 겨우내내 춥고 눈이 많아서 열심히 준비하지 못했던 탓이라
나는 달리기 전부터 나를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출발점에 서면 결승점을 무사히 밟을 수 있을까 고민에 쌓인다.
가끔은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마라톤을 같이 하는 주변 사람들은 기록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물론 그렇다.
국가를 대표해서 달리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달리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기록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마라톤도
박사 학위 처럼
한번 통과 된 기록으로 평생 '마라토너' 라는 학위를 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매번 지금 현재의 기록을 내 놓아야 한다.
기록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나 자신을 내 놓아야 한다.
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여정인가.
그래도 우리는 달린다.
준비가 온전치 않으면 나중에는 달릴 수가 없다.
걸어야 한다.
걸으면서 흐트러진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아야 한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지도 않고 경거망동하게 덤볐다.
하프코스까지는 두려움없이 잘 달렸다.
27km 지점부터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어야 하는데...
몰라서 덤볐던건 아니다.
알면서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탓이다.
힘겨운 레이스를 이어갔다.
나중에는 다리에 쥐가 나서 더 뛰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퍼질러 앉을 수는 없어서 주무르고 추스려서 다시 일어섰다.
힘든 결승점을 밟았다.
자신에 대하여 많이 겸솜 할 줄 아는 하루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다음에는 솔직한 내 자신을 인정 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얼마나 더 뛰고,
얼마나 더 실패해야 내 자신을 인정할 수 있으려나.
깨닫지 못하고 잘난척 하면서 살다가
가끔은 뺨도 얹어 맞고
코피도 흘리면서
철이 들면 그 때는 내 자신을 좀 알 수 있으려나..
* 일 시 : 2010년 2월 21일
* 대 회 명 : 제 6회 아!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대회
* 도전종목 : Full 코스
* 기 록 : 4시간 24분 5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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