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옴뜩
메콩강의 발원지인 티벳의 카일라스(수미산)는 우기인 5월부터 눈이 녹기 시작하면 메콩강의 수량이 불어난다.
뿐만아니라 9월경부터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므로 메콩강은 범람한다.
캄보디아 뿐 아니라 상류쪽에 있는 국가에서 메콩강으로 흘러드는 강물이 캄보디아에 이르면 강이 강물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메콩강의 강물은 역류하여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인 통네샵으로 올라간다.
통네샵은 메콩강에서 소의 위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통네샵으로 물이 역류하는 때에는 강 주변이 온통 호수로 변한다.
엄청난 면적의 땅이 배를 타고 다닐 수 있을만큼 물속에 잠겨있다.
통네샵을 중심으로 우기 때에는 엄청난 호수가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이 물을 어떻게 조율 할 수가 없을까.
외지에서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생기는 고민이다.
우기가 끝나는 시점이면 메콩강의 수위가 줄어들고
다시 통네샵의 물이 메콩강으로 흘러 내려온다.
물론 통네샵 주변에서 잠겨있던 옥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기 때에 땅만 보고 잘못 매입했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통네샵의 물이 엉청난 속도로 메콩강으로 흘러들다가
메콩강과 통네샵의 수위가 어느정도 순화가 되는 시점이 되면 캄보디아에서는 본옴뜩 이라는 물 축제를 한다.
물 축제는 왕궁 앞 강에서 이루어지는데,
용선대회가 그 주축을 이룬다.
전국 각지에서 수백 팀의 용선이 그 지방의 명예를 걸고 3일 동안 토너먼트로 대결을 벌인다.
물 축제가 시작되기 전 날 강에서는 용선 한 척이 연습에 열중이다.
내일 있을 대회에서 강심을 가르는 힘을 맞춰보고 있다.
3일 동안의 축제가 시작되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시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집중되는 탓에 30년 전 우리나라의 등교 길 버스를 연상케 한다.
앞으로 나아 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 설 수도 없다.
비좁은데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저녁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떠날 줄 모른다.
어쩌면 시골에서 올라 온 사람들은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숙소는 달리 필요없다.
돗자리 하나 깔고 누우면 된다.
돗자리를 옮기면 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돗자리를 떠나지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미동도 없이, 그렇다고 떠들지도 않는다.
강에 배를 띄우고
정부 부처마다 자기의 상징물을 루미나리에 조명으로 꾸몄다.
빛을 밝혀 희망이 열고
그희망이 생명을 연장해 미래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고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가자는 멧세지를 담았겠지요.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어린아이들
그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슬 내리면 추울텐데 잘 견딜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새벽에 비가 내렸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비를 피했을까.
왕궁의 문을 열어 처마밑에라도 들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새벽 선잠을 깨어 걱정을 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새벽이 원망스러웠다.
한국으로 돌아 온 지금도 그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감기는 걸리지 않았을까.
축제 현장에서 목이말라 콜라를 하나 샀다.
옆에 있던 꼬마가 빤히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콜라 맛이 내가 원하던 맛이 아니어서 반 쯤 마시고 버리려하니 아이가 눈치를 준다.
응겹결에 꼬마에게 건네주자,
아이는 뺏길세라 재빠르게 낚아챈다.
얼마나 지쳐 있었을까.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물 축제는
물 축제라기 보다는 사람 축제이다.
그들은 물 축제 기간에 프놈팬에 모여들어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세상의 인심을 담아간다.
그들에게 물은
삶의 근원이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장벽이다.
물을 다스리지 못하고는 캄보디아의 미래를 보장 할 수는 없다.
물 축제에 참가한 아이들이
먼 훗날 추억을 회상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갈 수 있기를 건투를 빈다.
* 일 시 : 2009년 11월 1일
* 장 소 : 캄보디아 프놈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