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뽕쏨
잠시 짬이 생겼다.
휴식이 필요했다기 보다는 관광을 겸해서 프놈팬에서 230km 떨어진 깜뽕쏨으로 떠났다.
이곳은 바다가 맑고 하늘이 깨끗하여 외국인들이 많이 붐비는 천혜의 휴양도시다.
프놈팬에서 이곳 깜뽕쏨까지 오는 고속도로 양옆으로는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간혹 벼를 재배하는 논이 있다.
벼를 재배하는 논 보다 관리하지 않고 방치된 초지가 더 많다.
초지에는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왜 농사를 짓는지?
농사를 짓지 않고 옥토를 비워 둔 사람들은 왜 비워뒀는지?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
좌측에 보이는 건물은 퀸힐 리조트 라는 숙박시설에 포함된 식당이다.
이 리조트를 운영하는 사람은 60을 갓 넘은 한국사람인데, 20년을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다.
안타까운 것은 바닷가 백사장의 폭이 50m 정도였는데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와서 잠식되었다 한다.
물론 모래도 높이가 1m 이상 바다로 쓸려 나갔다 한다.
여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와서 처음 겪는 현상에 안절부절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모래를 리어커로 부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한나절을 식당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바다풍경에 젖어있었다.
바다 외에는 특별히 볼 것도 없지만, 지겨운 줄은 모르겠다.
바닷가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들이 조금은 안정이 된다.
멍하니 앉아 있는 이 순간은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마음의 분별이 일지 않는다.
아름다운 해변이다.
아직은 사람의 때가 덜 묻어서 좋다.
세월이 흐르면 이곳도 오염이 되겠지만,
아직은 물이 맑고 공기가 향기롭다.
깜뽕쏨에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하고 삶을 다투지 않는다.
이 도시에는 휴양도시 답게 외국인들의 별장이 많아 도시 전체가 프놈팬처럼 무채색이 아니라 조금은 화려한 채색이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하니
순박한 웃음을 마음껏 안겨주는 아가씨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선한 웃음은 아름다운 해변과 너그러운 캄보디아 사람들의 정서와 잘 맞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의외로 수산물이 풍부하지 않다.
이곳 사람들은 민물고기가 풍부하니까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 올리는 일에 열광하지 않아도 되는걸까.
그렇거나 저렇거나
노를 저어 고깃배를 타고 나가는 초로의 부부
그들은 풍어를 꿈꾸며 바다로 나가지만
우리들에게는 아름다운 또 하나의 스케치다.
넉넉한 바다에서 저 평화로운 그림을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
햇볕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비를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다.
빗방울이 표표히 바닷물속에 잠기고 내 가슴에는 또 다른 감성이 쌓인다.
비가 내려도 물 속에서 노는 사람들은 나올 줄 모른다.
비가 그리 많이 사납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를 재워두고 돌아설 즈음,
바닷물이 점점 밀려나가고 있었다.
한 2m쯤 밀려 나갔으니 숨통이 좀 트인다.
이렇게 쭉쭉 밀려나가서 예전의 해변을 다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향후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름다운 깜뽕쏨에서의 한 나절도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을 가슴 가득 담아왔다.
* 일 시 : 2009년 10월 31일
* 장 소 : 캄보디아 깜뽕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