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記 行

남한산성 - 만추

반응형

 

남한산성 - 만추

 

돌 하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았을까.

오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새겨왔던 남한산성.

가을이 지쳐 낙엽을 내려놓는 늦가을에 그에게 안부를 여쭙는다.

그는 말이없다.

 

성벽 상단에 기와를 얹어놓은 틈 사이로

풀 한 포기 뿌리를 내리고 역사를 엿듣는다.

그에게

역사는 무엇일까.

저 풀포기가 맺을 씨앗에는 이 역사를 어떻게 저장하여

다음 풀포기에게 유전자 정보를 전해줄까.

바보같은 궁금증이 가을 하늘에서 맴맴돈다.

 

 

 

 

산성을 따라 산행을 나온 사람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꾸미느라 늘 분주하다.

산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성안에서 성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그런데

성밖을 도는 별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왜 더 위험하고 길도 희미한 성밖을 고집하는걸까.

호시탐탐 성을 허물고 침입하려는 적군인가 보다.

 

 

 

 

성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이다.

더운 여름날 아침

상큼한 이슬을 따라 아스팔트로 산책 나왔다가

채 흙 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따가운 햇볕을 만난 지렁이처럼

한강이 아파트에 묻혀서 몸을 비틀며 겨우 숨을 팔딱거리고 있다.

 

 

 

 

성안으로 물자를 들여놓거나

성밖의 적군의 통태를 살피기 위하여 만들어진 옹성이다.

큰 성에서 가지를 뻗어서 삐죽이 나온 모습에서

그 옛날 저 길을 걸어 임무를 보던 병사를 생각해본다.

그는 후손들을 어떻게 그려보았을까.

 

 

철 잃은 코스모스 한 송이.

성밖의 정보를 수집하느라 철통같은 의지가 꽃잎에 반짝인다.

곧 서리가 내리면

그 멋진 꽃잎을 접겠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용틀임하듯 구불구불 몸부림치는 성벽을 걸으며

지나온 역사를 생각하고

앞으로 이어질 역사를 생각한다.

현대의 전쟁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그냥 담장에 불과하지만

그 위상과 의미는

손상되지 않으리라.

 

 

 

 

 

 

 

 

 

 

가을이 지는 성벽

그곳에서

나는 나만의 성을 쌓는다.

지금 세계는 온통 전쟁이다.

연일 환율이 춤추고 증권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경제가 무거운 터널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나는 나의 역사를 무사히 이어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서 있다.

그 옛날

성벽을 쌓던 선조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떻게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을까.

떨어지는 낙엽만큼 수 많은 상념에 젖는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나면

나에게도 견고하고 멋진 성 하나 남겠지...

그래..힘내자.

 

 

 

 

 

* 일     시 : 2008년 11월 9일

 

* 위     치 : 경기도 성남시, 광주시, 서울시 송파구 일대

 

* 탐 방 로 : 남문 - 서문 - 북문 - 동문 일주

 

* 탐방시간 : 3시간 30분

728x90

'記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련사  (0) 2009.01.20
고등어 잡이 - 양포항  (0) 2008.11.26
신구대학 식물원  (0) 2008.10.05
영국사  (0) 2008.09.09
동강 래프팅  (0) 20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