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대학 식물원
식물원은 보라빛으로 가득하다.
가을빛 꽃들이 계절을 지키려는듯 나름대로 애쓴다.
꽃잎마다 예쁜 보라빛으로 치장을 하였지만,
왠지 쓸쓸하고 허전함이 초라함을 연상케한다.
식물원 앞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분수에는 아쉬운듯 여름을 쬐끔 남겨놓는다.
철 없는 아이들 서너명 지칠줄 모르고 분수 사이를 쉼없이 뛰어 다닌다.
그 사이 사이에 천진난만한 웃음이 분수보다 더 높이 오른다.
구멍벌같이 생긴 굵은 벌 한마리...
꿀을 따느라 정신없다.
저들은 어떻게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까.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양식을 마련하느라 세상 가는줄 모른다.
가끔은
저들 앞에 서면 생명의 경외심마저 든다.
장승...
멋모르게 웃는다.
저 듬성듬성한 이빨 사이에도 벌써 허전한 가을이 스며든다.
내 마음이 텅 비어가니까 세상 모두 비어 간다.
각시수련....
화려하기 보다는 수줍고 애처로운 생각이 먼저 든다.
계절 탓이겠지..
저 화려한 꽃잎도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이 계절을 본척 할 수는 없었나보다.
꽃무릇이...
세월을 지운다.
한 때는 세상 누구의 유혹도 두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들어가는 몸짓을 외면할 수 만은 없다.
삶이 그런거겠지..
가을에 보는 항아리는
언제보아도 고향의 깊은 냄새가 배어 있을거 같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항아리에 어머님의 손길이 잠시 스친다.
항아리...
너는 어디에 있어도..
내 마음을 벗어나지는 못하는구나.
꽃향유...
가을 산과 들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너도 가을꽃이었구나..
연한 보라빛 ...
너를 보면 내 마음도 심란하다.
엉겅퀴..
광섬유처럼 예리하게 뻗은
연한 보라빛 실선을 폐부 깊숙이 들여 마셔본다.
너는 볼때마다...
나를 울컥하게 한다.
참 잘생겼다...
다시 너를 보려면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하나..
너무 긴 세월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니.
그게 삶인것을....
내년에 다시 멋지게 만나자꾸나.
구절초....
보라빛 가을꽃 틈에 끼어 하얀 꽃으로 핀 구절초..
가을 들국화의 대표적인 꽃 ..
그냥 바라볼 뿐...
무슨 말을 하랴..
속살 깊이 파고드는 벌의 유혹을 어쩌랴.
나는 눈으로
너의 멋진 향기를 담는다.
갯 쑥부쟁이에도 어김없이 벌들이 날아든다.
해맑은 넌
마음마저 아름다울거야.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
내 호흡이
멈출때까지..나는 너를 사랑하리라.
패랭이도 가을 나들이를 나왔다.
작지만 당당한 너의 모습이 좋다.
행복하여라.
나비는 가을빛을 싫어하나 보다.
아무래도 가을꽃에서 너를 찾기가 쉽지 않구나..
나비야..
겨울 잘 준비하고..
내년에 다시 만나자.
* 일 시 : 2008년 10월 4일
* 위 치 : 경기도 성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