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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설악산 - 서북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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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서북능선

 

설악을 말이나 글 또는 몇장의 사진에 담으려 했다면 천진스럽다.

설악은 몸이라는 그릇에 마음을 조금 기울여 담겠다면 ...

조무래기들이 손가락으로 뚫어 놓은 봉창 구멍으로 서산마루에 반쯤 걸친 해가 빛을 내어주는 만큼 자신

을 허락하려나.

 

한계령에는 설악의 안부가 궁금해서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설악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건 아니다.

산문을 열때는 겸손의 주머니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북릉 산행은 십이선녀탕계곡에서 시작하여 대승령과 귀때기청봉과 대청봉에 오른 다음 화채릉을 타고

권금성까지 잇는 것이 정석이나 화채릉은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는 한계령에서 행군을 시작하여 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으로 고개를 돌려 대승령을 거쳐 장수대에 이르는 서북릉의 일부구간을 산행하기로 한다.

 

설악은 지난 겨울에 내린 폭설을 아직 다 지우지 않았다.

아마 설악의 품위를 유지하고 싶었나보다.

덕분에 우리는 설악의 진맛을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삼거리까지 오르는 길은 오르막길이 쭉 이어진다.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땀구멍으로 칙칙한 땀을 밀어낼즈음 설악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설악의 골짜기 사이사이로 아직 눈이 남아있다.

낙엽을 떨군 나무가지와 희끗희끗 남아있는 눈과의 엉김이 사랑스럽다.

 

북사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눈은 아직 냉기를 잃지 않았다.

자존심을 쉽게 내 놓고 싶지 않았다보다.

땀 범벅이 되어 그를 만난 내가 행복하다.

 

 

바위틈에서 생명을 이어가다 끈을 놓쳐버린 고사목 한그루.

그의 생을 생각해본다.

끈질긴 삶의 투쟁에서 그는 끝내 자신을 잊었다.

나도 언젠가는 당신처럼 세상 근심을 잊고 무심하게 하늘 아래 이유없이 서 있고 싶다.

 

 

설악은 지난 봄 부터 가을까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나보다. 잘 발달된 근육이 멋진 남성을 기억하게

한다.

넋을 잊고 가리봉과 주걱봉의 매력에 흠뻑 빠져본다.

푹 안겨보고 싶다.

세상 근심을 다 지우고도 남을만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얀 눈꽃이 냉정한 기쁨을 안겨주는 서북능선에 깊이 빠져들수록 나는 나를 잊는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행복이다.

그는 위대하다.

 

장쾌한 능선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내 발자국에는 겸손이 소복소복 쌓인다.

내가 설악에 오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설악의 중매로 나는 나를 사랑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멋진 튀김같은 눈꽃...

참 맛있겠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귀때기가 시려서 귀때기청봉이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이럴땐 무뚝뚝하던 설악의 재치가 귀엽기만하다. 깨물어주고 싶다.

 

 

 

 

여기에 눕고 싶다.

이 아름다운 산하에서 설악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보고싶다.

설악이여 나는 너를 잊지 않으리다.

영원히 내 가슴에 너를 품으리라.

뜨겁게 말하리라.

나는 설악을 사랑한다.

 

 

하산하는 길에 금강송을 만났다.

불타버린 숭례문을 생각나게 한다. 숭례문 복원에 쓸 금강송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는데..

한 몫 할 수 있을거 같다.

이렇게 잘난 금강송들이 쭉쭉 하늘을 향해 뻗어 우리의 기백을 자랑한다.

생각 할 수록, 가까이 할 수록 자랑스러운 우리의 소나무...

 

높이 88미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멋진 폭포는 공간을 붙잡고 있다.

물이 흘러내리다 얼어버린 틈에 시간이 매달려있다.

대승폭포는 우리나라 3대폭포로 손꼽힌다.

그놈 참 잘났다.

네가 힘차게 물줄기를 내려보내는 날 ...

다시 너를 찾고싶다.

 

 

 

설악의 서부능선을 가슴에 새기며...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설악을 웅변하기 위해 나는 잠시 침묵을 배운다.

 

* 일      시 : 2008년 2월 24일

 

* 산 행 로  : 한계령 - 갈림길 - 귀때기청봉 - 대승령 - 장수대

 

* 산행거리 : 14km

 

* 산행시간 : 6시간 30분

 

*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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