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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남덕유산 - 心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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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心雪

 

산은 스스로 자신의 높이를 재는 법이없다.

인간의 천박스런 마음이 산의 높이에 관심을 갖고 안달복달 할 뿐이다.

참 못난 인간이다.

 

산은 자신의 키다 낮다고 기 죽지 않으며

높다고해서 기고만장하여 건방을 떨지 않는다.

그것이 자연의 가르침이다.

못난 인간은 이제나 저제나 자연의 가르침을 거스를 궁리만한다.

 

산이 얼마나 높은지 직접 두발로 잰다.

가만히 있는 산의 높이가 어쨌다구..

그 높은 산을 올라서 뭘 어쩌겠다구..

겸손할줄 모르는 시건방을 떨며 산에 오른다.

 

 

새해 첫 산행이다.

경남 거창군, 경남 함양군, 전북 장수군 일대에 걸쳐져 있는 남덕유산은

덕유산의 남쪽에 위치하였다 하여 남덕유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전투를 하며 드나들었던 육십령 들머리에서 덕유산과 첫 인사를 나눈다.

덕유산에는 금강, 진주 남강,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겨울 남덕유산은 산등성이의 뼈대가 장쾌하게 뻗어있어 멋진 남자의 잘 다듬어진 근육을 연상하게한다.

 

 

남덕유산의 서봉인 장수덕유산까지 오르는 길은 햇볕을 받아 새해에 내린 폭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장수덕유산에서 남덕유산에 이르는 북사면에는 아직 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눈 밭이다.

땀을 흘리며 올랐던 산행에서 눈을 만나니 피로가 가벼워진다.

내리막 눈길에 설매를 타다시피 산행을 이어가면서 남덕유산 정상으로 향했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보이는 조망은 천하절경이다..

기기묘묘한 절경으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아름다움은 없으나

선이 굵고 듬직한 아름다움이 믿음직스럽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월성재를 거쳐 삿갓봉, 삿갓골대피소에 이르는 길은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를 넘는

재미가 솔솔하다.

가슴이 터질듯한 눈 밭에서 내 마음이 운다.

 

 

 

 

 

 

心 雪

 

하얀 눈 밭으로 간다

사랑이 전해주는 얼떨떨한 키스가

쿵덕거리는 가슴에 가라앉기전에

눈 보다 더 하얀 손을 잡고 눈 속으로 간다

 

심장에서 하얀 피가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 밤에 수혈했던 흔적들도 눈 속에 묻히고

빨간구두를 신고 또박또박 걸어왔던 눈길도

하얗다

 

무슨 슬픔이었을까

하얀 사랑이었다

마음마저도 하얗게 스며드는 눈 속에서

다시는 지워지지 않을

하얀 사랑을 꿈 꾼다

 

하얀 마음이 슬프지 않다

지울 수 없는 사랑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었다

내일도

사랑은 하얀색일게다

 

 

 

 

 

 

 

 

 

 

나는 눈 속에서 말을 잊었다.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하얗게 묻히면 된다.

가슴으로 흐느끼는 그 무엇을 움큼움큼 삼키며 눈 길을 걸었다.

 

 

눈이 깊어서 아이젠도 의미가 없었다.

그냥 설매 타듯이 미끄러지면 길은 줄어 들었다.

그렇지만 즐겁기만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눈 길을 장시간 걸어야 하는 산행이었기 때문이다.

 

 

삿갓봉을 오를때쯤 양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잠시 쉬어가며 다리를 달랬다.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기서 주저앉을수는 없는 일..

 

 

 

남덕유산의 적설기 산행을 마음껏 즐겼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다.

신년 첫 산행을 萬山雪花와 함께 넉넉하게 맞았던만큼..

올 한 해 모든 일들이 넉넉해지리라..

그렇게 어제 걸었던 발 걸음을 다시 한 발 딛는다.

내가 걸어온 만큼...

세상의 빛은 그 색이 바래질까..

아니면

내가 걸어가야 할 만큼

세상은 더 아름다운 빛으로 찬란할까.

 

 

 

 

* 일     시 : 2008년 1월 5일

 

* 산 행 로 : 육십령 - 장수덕유산 - 남덕유산 - 월성재 - 삿갓봉 - 삿갓골대피소 - 황점마을

 

* 산행시간 : 6시간 30분

 

* 산행거리 : 16.2 km

 

* 위      치 : 경남 거창군, 경남 함양군, 전북 장수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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