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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詩 調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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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꽁초 같은 섧운 사랑은
길의 끝자락을 묻지 않는다.
눈곱 같은 사랑을 베고
별무더기에 빠지던 날
이파리에 새긴 퇴색한 기억들이
저무는 가슴에 지친 사랑을 쌓는다.


낙엽이 제 집을 찾아 길을 떠나면
깃 속에 숨겨 두었던 어눌한 사랑도 흘깃거린다.
방랑자의 외길은 슬프지 않다.
사랑이야 그리움에 지쳐 울 테지만
방랑자는 그리움 한 조각이면 사랑을 그린다.


못난 사랑이야 떠나든 말든
그리움으로 멍든 재채기는 재워야 한다.
그 길을 사랑하고 있었다.
길섶에 흩어진 그리움을 줍는 방랑자는
길이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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