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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詩 調

고물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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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같은 사랑

 

 

뭉컹거리던 해소기침 잦아들고

낡은 모자마저 삐뚜름한 새벽

아는 이 하나 없어도 외롭지 않다

 

리어커를 끄는 손모가지가 삐뚤어져도

반들거리는 손잡이는

지난날 무용담에 침이 마른다

 

여느 새벽 처럼

고물만 좋아하던 김 노인

 

게 걸음처럼 허느적거리며 고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에

입술이 헤벌쭉거리고

부라쟈 없는 가슴을 아무렇게나 덜렁거려도 부끄럽지 않는

아줌마를 싣고왔다

 

훔쳐 갈 것도 없지만 잃어버릴 것도 없던 고물상

지멋대로 방치되어 희망을 접어버렸던 해가 싱글거리고

지독한 류마티즘에 몸서리치던 달이 벙글거린다

 

고물 같은 사랑이 곰삭아 가는

고물상에 황혼이 들면

 

김 노인은 움찔 움찔거리는 가슴을 재우려고

자물쇠를 잠근다

내일 아침이면 철 없이 벌렁거리는 자물쇠를

웃으며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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