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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같은 사랑
뭉컹거리던 해소기침 잦아들고
낡은 모자마저 삐뚜름한 새벽
아는 이 하나 없어도 외롭지 않다
리어커를 끄는 손모가지가 삐뚤어져도
반들거리는 손잡이는
지난날 무용담에 침이 마른다
여느 새벽 처럼
고물만 좋아하던 김 노인
게 걸음처럼 허느적거리며 고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에
입술이 헤벌쭉거리고
부라쟈 없는 가슴을 아무렇게나 덜렁거려도 부끄럽지 않는
아줌마를 싣고왔다
훔쳐 갈 것도 없지만 잃어버릴 것도 없던 고물상
지멋대로 방치되어 희망을 접어버렸던 해가 싱글거리고
지독한 류마티즘에 몸서리치던 달이 벙글거린다
고물 같은 사랑이 곰삭아 가는
고물상에 황혼이 들면
김 노인은 움찔 움찔거리는 가슴을 재우려고
자물쇠를 잠근다
내일 아침이면 철 없이 벌렁거리는 자물쇠를
웃으며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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