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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지리산 - 백무동계곡, 칠선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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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백무동계곡, 칠선계곡

 

 

지리산 북쪽 자락의 백무동 계곡 초입에 들어서면 을씨년스러운 한기가 땀을 밀어내고 촘촘히 박힌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총사령부가 터 잡은 곳이어서 그럴까.

괜스레 머리카락이 쭈뼛거린다.

백무동 계곡의 품은 빨치산 사령부가 들어설 만큼 그 지형이 천하의 요새다.

 

산행의 목적지가 백무동 계곡이 아닌 까닭에 그냥 스쳐 지나간다.

계곡의 폼새를 슬쩍슬쩍 건너보며 호흡을 몰아간다.

백무동에서 찬샘까지 오르는 길은 돌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파르다. 

 

찬샘을 지나 20분정도 쉼 없이 무거운 발걸음의 숫자를 헤아리면 숨이 턱에 닿아 들어간 숨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때쯤 고개마루 정상에 발이 닿는다.

오른쪽으로는 장터목 산장을 거쳐 천황봉에 이르는 등산로이다.

칠선계속 탐방을 위해 왼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괴목들이 힘 없이 쓰러져 있다.

왜 그들은 저렇게 자빠질 줄 알면서 몸집을 불렸을까.

인간의 모습도 저러하거늘.....

 

험로가 이어진다.

정상적인 탐방로가 아닌 까닭에 흔적이 희미하여 몇번이나 행로를 수정하는 수고는 당연하였다.

그만큼 더 지쳐갔다.

 

잠시 빨치산 부대원들의 숨결을 느꼈다.

이데올로기의 틀에 갇혀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숭고한 인간의 본질적인 의미마저도 상실해 버린

사람들은 ... 왜 이 험로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춥고 배고픔을 이기며 가족을 버리고 누구를 위하여 피를 마다하지 않고 총알에 맞서 싸웠을까.

 

종아리에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해질때쯤 칠선폭포에 안겼다.

그냥 축 늘어져 엄살을 부렸다.

장마끝이라 젊음을 마음껏 방사해내는 폭포의 힘이 전율을 느끼게한다.

몇 몇 여인네들은 들킨 흠모를 추스러느라 오그라드는 가슴을 짧은 탄성으로 펴 본다.

 

 

칠선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은 칠선계곡을 힘차게 훑고 지나간다.

웅장한 계곡의 합창에 지리산은 오줌을 갈겨버린 시원함으로 움찔거린다.

 

 

 

 

어머니는 칠선계곡으로 생리를 해결하나보다.

지리산에 칠선계곡이 없었다면 어머니는 신부전증으로 신음하지 않았을까.

 

 

계곡을따라 추성리로 내려오는 길에 담과 소가 오밀조밀 이어지고 매미는 목이 쉬도록 울어댄다.

저들은 왜 저토록 죽을 힘을 다해 울어대나.

나는 왜 이 험난한 계곡을 목적없이 걷는가.

글쎄....

나는 나이기 때문일게다.

그 이상 이유를 묻지마라.

지리산은 알겠지.

 

 

 

칠선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에 들 만큼 그 규모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멋을 갖췄다.

계곡에는 산 못지 않게 많은 전설이 엉켜있고,

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말 못할 기운이 느껴진다.

그게 뭘까....

 

 

칠선계곡 치마자락 품으로 산 호두나무들이 수를 놓았다.

호두가 맵시있게 영글어간다.

누구의 손길에 의하여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생경스럽다..

청설모나 다람쥐들은 좋겠다.

은근히 그들의 가을이 기다려진다.

 

 

칡넝쿨 꽃이다.

보라빛 꽃의 깜빡임이 예사롭지 않다.

산행으로 지친 산인들에게 깜찍한 눈인사로 피로를 달랜다.

 

* 산행일시 : 2007년 7월 29일

 

* 산  행 로 : 백무동 - 창암릉선 - 공비루트 - 하동바위 - 참샘 - 삼재봉(1,153m) - 칠선폭포

                  - 옥녀탕 - 선녀탕 - 추성리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 위      치 : 경상남도 함양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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